광복 80주년 산업기술유산 80선' 기념 책자
한국공학한림원(공학한림원)이 올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해방 이후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산업기술유산 80선’을 선정하고 그 내용을 담은 기념 책자 '광복 80주년 산업기술유산 80선'을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산업기술유산 80선 책자는 산업통상부와 함께 ‘기술, 삶이 되다’라는 주제로 추진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도약한 지난 80년의 기술 발전 궤적을 집대성했다.
공학한림원은 한승헌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 80선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기전자, 기계, 건설환경, 화학생물, 재료자원, 컴퓨팅, 바이오메디컬 등 7개 전문 분과에 걸쳐 전문가들의 심층 논의를 진행했다.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사회 발전 기여도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미친 영향,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한 역사적 상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특히 특정 분야나 시대에 치우치지 않도록 시대별‧분과별 균형 배분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여 대한민국산업기술의 전반적인 성장사를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에 선정된 산업기술유산 80선에는 각 시대의 난제를 극복하고 국민 생활을 혁신한 기술적 성과들이 담겨 있다.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1950~1960년대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립의 기틀을 마련한 기술들이 선정됐다. 국내 최초 진공관식 라디오 'A-501' 개발은 전자 산업의 태동을 알렸으며 삼척 시멘트 공장 가동과 나일론 스트레치사 생산은 기초 소재 산업의 자립을 상징한다. 196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 준공이 국내 건설의 혁신을 이끌었으며 배추 품종 개발은 식량 자립의 기반을 닦았다.
중화학공업과 IT 혁명의 발판이 된 1970~1980년대에는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핵심 기술들이 선정됐다. 포항제철의 고로 1기 첫 출선은 중화학공업 강국의 시대를 열었으며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과 독자 모델 '포니' 자동차 개발은 교통 혁명을 이끌었다. 1980년대는 기술 자립의 분수령으로 메모리 4메가비트(M)‧16M DRAM 개발로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시켰다. 전자교환기(TDX)는 국민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어 정보통신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한탄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의료 난제를 해결한 대표 성과이다.
세계를 선도한 1990~2000년대는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기술들이 대거 포함됐다. 세계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는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을 상징한다. 소프트웨어 '한글(HWP)' 개발은 소프트웨어 주권을 확보한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에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한국이 글로벌 허브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기에 한국 조선해양 플랜트 세계 1위 달성, 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대중화 등 IC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성과가 두드러졌다.
2010~2020년대에는 미래를 선도하는 첨단 기술이 선정됐다. 가장 최근 기술 성취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을 통한 인공지능(AI) 시대 선도, 누리호 발사체 개발을 통한 우주 기술 주권 확보, 전기차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 그리고 소버린(Sovereign, 국산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이 선정됐다.
윤의준 공학한림원 회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낸 대한민국 기술 도전의 역사가 이번 80선에 집약되어 있으며 위기마다 공학기술인들의 집념과 국민의 열망으로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는 사실을 후대에 전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기념 책자는 미래 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AI, 탄소중립, 우주개척 등 새로운 도전의 시대에도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