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과 부동산, 금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치가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4100을 돌파하며 폭등세를 보인 코스피는 금년 들어 11월 3일까지 71% 이상 상승했고, 나스닥은 23% 올랐으며, 금과 은의 가격도 50% 이상 뛰어올랐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주식, 코인)과 안전자산(금, 달러, 채권)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기조와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AI 관련 기술주들이 시장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다양한 자산에 돈이 몰린 것이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 대기 자금이 주식이나 코인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포모 증후군(FOMO)'도 이러한 상승세를 부추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포의 시간을 견뎌낸 '다이아몬드 손(Diamond Hands)'이 주목받고 있다. 다이아몬드 손은 금융시장에서 극심한 시장 변동성, 폭락장, 또는 매도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주식이나 코인을 끝까지 팔지 않고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 또는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굳건한 결심으로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투자 열풍 속에서 '버티면 승리한다'는 인내심의 아이콘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조금만 가격이 흔들려도 지레 겁을 먹고 쉽게 매도해 버리는 투자자는 '종이 손(Paper Hands)'이라 불린다.
2022년~2023년 초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자산이 20~50% 이상 폭락하면서 다이아몬드 손은 시험대에 올랐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종이 손이 되어 손실을 감수하고 빠르게 자산을 매도했다. 그러나 폭락장에서 끝까지 자산을 지키고 버텼던 투자자들(다이아몬드 손)은 랠리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고 큰 수익을 실현하면서, 그들의 '버티기' 행위가 '결국 장기 투자가 옳았다'는 강력한 서사로 귀결되었다.
다이아몬드 손은 2021년 레딧에서 유래했다. 당시 게임스톱(GameStop)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 매수하면서 주가가 하락해도 '절대 팔지 않는다'는 결심을 공유하며 자신들을 다이아몬드 손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사수하여 기관 투자자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그 후 이 용어는 주가 폭등 사태를 거치면서 주류 금융권에 퍼져 나갔다. CNBC,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주요 경제 매체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온라인에서는 이모지 형태로 사용되며, 이는 '팔지 않고 버틸 것이다'라는 강한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단순히 주식이나 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것을 넘어, '높은 위험 감수 능력(High Risk Tolerance)'과 '장기적인 확신(Conviction)'을 가진 투자자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다이아몬드 손의 핵심적인 의미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념과 의지, 단기적인 이익이나 손실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극심한 변동성을 견뎌내는 인내심이다. 보통 긍정적으로 사용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한다. 손실이 커지고 파국으로 이어지더라도 비합리적인 고집으로 그냥 버티는 우매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보상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비이성적인 고집으로 인해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다이아몬드 손의 성공 사례는 초기에 극심한 변동성이나 하락을 겪었지만,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확신하고 포지션을 유지한 경우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1년 고점 32달러에서 최저 2달러 수준까지 무려 93% 넘게 폭락했으며, 2018년에도 2만 달러 근처에서 3000달러대로 폭락 등 여러 차례 극심한 하락장을 겪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장기간 보유한 초기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수백, 수천 배의 수익을 거두었다. 아마존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주가는 큰 폭으로 폭락했고, 이후 10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등 힘든 시기가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자상거래 잠재력을 믿고 주식을 팔지 않은 초기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또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은 금융 위기 같은 시장 공포 상황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저평가된 우량주를 추가 매수하며, 그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라'는 원칙을 고수하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실현했다.
이에 비해 실패 사례는 근본적인 가치 없이 '버티면 오른다'는 맹신만으로 투자했거나,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과도한 위험을 감수한 경우다. 게임스톱 투자자들 증에는 주가가 최고점인 480달러에 도달했을 때도 커뮤니티의 열풍에 휩쓸려 주식을 매수했거나, 급락하는 와중에도 '곧 다시 오를 것'이라는 맹신으로 팔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주가는 급락하여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실현할 기회를 놓치고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많았다. 금년에도 30% 가까이 주가가 떨어지며, 손실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는 혁신적인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지 일시적인 유행이나 커뮤니티 주도로 급등했던 수많은 '잡코인'과 '밈코인'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코인들은 단기간에 폭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다이아몬드 손을 외치며 계속 보유한 투자자들은 결국 코인의 가치가 회복되지 않거나, 아예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어 투자금 '전체를 잃는(Total Loss)'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다이아몬드 손의 실패의 원인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거부하고, 하락할 때마다 외부 요인 탓만 하며 투자 논리를 합리화하거나, '천문학적인 수익' 또는 '원금 회복' 등 막연하고 감정적인 목표 외에 구체적인 매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전 재산을 몰빵 하기도 한다.
결국 다이아몬드 손은 '가치에 대한 확고하고 합리적인 확신'과 '리스크 감수 능력을 갖춘 장기적인 시각'이 있을 때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의 공포(Fear)와 불확실성(Uncertainty)에 굴복하지 않고, 투자 결정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이 세운 논리적 투자 원칙을 지켜야 성공한다는 워런 버핏의 장기 투자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분석 없이 맹목적인 고집이나 커뮤니티의 압력에 의한 투자는 결국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도박이 된다. 막연히 버티다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격이 올랐다는 결과만을 보고, 과거에 하락하는 동안 버텼던 모든 행동을 '현명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결과 편향적 오류다. 최근의 급등은 단순히 개인 투자자의 인내심 때문만은 아니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 혁신, 그리고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와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훨씬 더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하락장에서 팔지 않고 버티는 동안, 해당 자산에 묶인 자금은 다른 더 유망한 자산에 투자될 수 있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발생시킨다. 자산 가격이 장기간 횡보하거나 하락할 때, 다이아몬드 손을 고수하는 것은 비록 손실은 피했을지라도, 자금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었을 수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이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로 진입하거나 추가 매수하는 다이아몬드 손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더 큰 바보(Greater Fool)'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한다. 이는 건전한 투자 논리가 아니라, 시장의 모멘텀과 투기적 심리에 기대는 행위로, 시장이 꺾이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이아몬드 손은 원래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지만, 'Everything rally'일 때의 다이아몬드 손은 탐욕을 부추기는 구호로 변질되기 쉽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