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시행 앞두고 국내 기업 대응 시급…“감축-재사용-재활용” 3R 체계 전면 도입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포장재 전 생애주기를 규율하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화장품 산업은 인체와 직접 맞닿는 ‘접촉 민감 패키징(Contact-sensitive packaging)’으로 분류돼 일부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지만, 동시에 유해물질 관리와 안전성 인증 등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될 전망이다.

EU 그린딜의 핵심 축, 패키징 규제의 통합
PPWR은 EU 그린딜(Green Deal)과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을 실행하기 위한 핵심 법안으로, 포장재의 설계·생산·소비·폐기 단계 전반을 포괄한다. 기존 지침(Directive) 수준의 PPWD(포장 및 포장폐기물 지침)이 회원국별로 달리 적용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자, EU는 강제력을 가진 ‘규정(Regulation)’으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27개 회원국이 동일한 기준으로 포장재를 관리하게 된다.

3R 원칙: 감축–재사용–재활용의 법적 의무
PPWR의 핵심은 감축(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의 단계적 자원 관리 체계를 법적 우선순위로 설정한 것이다. 과도한 포장이나 빈 공간이 많은 제품은 시장 진입이 제한되며, 리필·재사용 시스템을 갖춘 제품만이 지속적인 유통을 허가받는다. 특히 2030년까지는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원료(PCR)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화장품 포장재, ‘완화+강화’ 이중 규제 적용
화장품 산업은 내용물의 위생과 안전이 직결되는 특성상, PCR 함량 의무가 완화되는 대신 유해물질 규제는 강화된다. 납·카드뮴·수은·6가 크롬 등 중금속 4종의 총 함유량이 100mg/kg을 초과할 수 없으며, PFAS(과불화화합물) 등 인체 유해물질은 사실상 사용이 금지된다. 또한 모든 공급업체는 안전성 시험결과와 적합성 선언서(Declaration of Conformity)를 제출해야 하며,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는 포장은 국가 차원의 리콜 명령을 받을 수 있다.

2026~2040년 단계별 로드맵
EU는 2026년부터 시험문서·적합성 선언서 작성 등 형식적 요건을 의무화하고, 2028년부터 라벨링 및 데이터 보고 체계 구축, 2030년부터 재활용성 등급제(DfR)와 PCR 사용 의무제를 전면 시행한다. 2038년 이후에는 재활용 등급 B 이상만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강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2026년–2028년–2030년”의 3단계로 나누어 ▲유해물질 관리 체계 확립 ▲디지털 라벨링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리필·재사용 인프라 도입 등을 순차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이행 현실성’ 논란 지속
EU 이사회는 2024년 12월 PPWR을 공식 채택했지만, 독일·이탈리아·핀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행정부담과 EPR 제도 혼선”을 이유로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17개 산업단체는 2026년 8월 시행을 2027년 1월로 연기해달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개국(93%)이 찬성표를 던지며 규정은 예정대로 발효될 전망이다.

전문가 “지속가능 포장 기술 확보가 생존 전략”
패키징 기술센터 관계자는 “PPWR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포장재 순환경제’로의 전환 신호탄”이라며, “화장품 기업은 재활용 용이한 단일 소재·리필 가능한 설계·디지털 라벨링 기술 등 친환경 패키징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PPWR의 궁극적 목표는 ‘감축과 재사용이 기본, 재활용은 마지막’이라는 패러다임을 산업 전반에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https://kc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