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가 단순한 ‘공유 코드’의 개념을 넘어, 디지털 주권과 협력 중심의 혁신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25년 10월 21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행사인 ‘오픈소스 테크데이 2025(Open Source Tech Day 2025, 이하 OST2025)’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포함한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 주관했다. 참여 기관은 ETR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식품연구원(KFRI),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천문연구원(KASI),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화학연구원(KRICT) 등이다.
행사는 ‘지식의 공유와 AI 혁신의 시작, 오픈소스’를 주제로,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오픈소스 활용 경험과 전략, 법·정책 이슈, 산업계 협력 모델을 총망라했다. 참가자 수는 600여 명에 달하며, 기업·연구자·개발자 커뮤니티가 총출동했다.
기조연설에서는 오픈소스 법률의 세계적 권위자인 히더 미커(Heather Meeker) 변호사가 ‘AI·오픈소스 시대의 컴플라이언스와 협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혁신이 기술만으로 가능하지 않듯, 오픈소스도 법적·윤리적 기반 없이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왜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이어 LG전자 엄위상 소장은 AI 시대의 기술 윤리와 오픈소스 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공유는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총 5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① ‘정책 및 동향 트랙’에서는 정부의 오픈소스 활성화 정책 방향과 글로벌 트렌드가 공유됐다.
② ‘개발자와 커뮤니티 트랙’에서는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서의 오픈소스 기여 사례와 개발 문화가 소개됐다.
③ ‘R&D 트랙’은 출연연과 기업이 추진하는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세션에서는 ETRI의 AI반도체 연계 로봇지능 개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오픈소스 기반 과학플랫폼, KAERI의 원자력 시뮬레이션 엔진 공개 사례가 발표됐다.
④ ‘컴플라이언스 트랙’은 기업과 기관의 법률 준수 시스템과 도구가 중심이었으며, NHN, LG전자, NIA 등의 사례가 공유됐다.
⑤ 마지막으로 ‘Keynote 세션’에서는 국내외 대표 전문가들의 전략 발표가 이어졌다.
ETRI는 이번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AI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도구 ‘EXAONE NEXUS’, 개방형 소버린 AI 모델 ‘VARCO’, 멀티모달 생성 AI 기술 등을 공개했다. 연구원 측은 “공공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기술 주권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소스의 핵심 가치는 ‘공유와 협력’이다. 그러나 단순한 코드 배포가 아니라, 기술·법·산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전략 없이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어렵다. OST2025는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 한국형 오픈소스 혁신모델을 수립하는 첫 공식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방승찬 ETRI 원장은 “AI 시대는 곧 오픈소스 시대다. 연구 현장에서부터 공공정책,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어 기술과 신뢰의 균형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사)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응용과학기술협력센터 함진호 이사(前 ETRI 전략기획본부장, 연구전문위원) 역시 오픈소스와 AI의 빠른 확산을 강조했다. 그는 짧은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꾸는 AI 기술이 신속히 보급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하며, 혁신 기술의 대중적 접근성과 보급 속도가 오픈소스 확산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OST2025는 단일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공동주관 기관들은 연합 플랫폼을 구축해 연중 기술 세미나, 개발자 교육, 오픈소스 평가모델 개발 등 후속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픈소스를 통해 국가 R&D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민관 협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