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사람들은 알고 싶은 게 생기면 직접 책을 찾아보거나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했다. 그래서 이때 주목받은 인재는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척척박사형' 인재였다. 암기가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검색만 하면, 쉽게 정답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같이 단답형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들을 모아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통찰력을 지닌 '통섭형 인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질문과 답변이 모두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AI로 인해 이런 상황은 또다시 급변했다. 이제는 '질문만' 잘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면서도, 유용성과 효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AI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아내거나 복잡한 작업을 대신 수행해 주는 도구지만, 질문을 만들고 문제를 정의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결국 AI 시대에서 인간의 역할은 '정답을 아는 능력'에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AI는 주어진 질문(프롬프트)의 수준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결정된다. 좋은 질문은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해결책을 찾는 출발점이 된다.

결국 질문 능력은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AI에 의해 도태될 사람이 될지를 가르는 핵심 역량이 됐다. AI에게 단순히 답을 받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AI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호기심,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고, 그리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문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AI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을 '호모 인터로간스(Homo interrogans)'로 정의할 수 있다. 라틴어 'Homo'(인간)와 'interrogans'(질문하는)의 합성어인 호모 인터로간스는 '질문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정답을 외우는 능력보다는 질문을 잘하고, 주어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을 의미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지적 탐험의 파트너로 인식하며,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확장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관련 강의가 대학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입력하는 질문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조정하는 기법을 말한다. 즉, AI에게 효율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각광받는 이유는 모두에게 공개된 AI 모델이 질문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거짓 정보도 몇 가지 질문을 추가하면 비약적으로 그 비율을 낮출 수 있다.

프롬프트의 내용, 구조, 톤 등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AI가 완전히 다른 맥락의 답변을 하거나, 결과물의 품질과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AI가 학습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롬프트에 나타난 패턴을 분석하여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프롬프트는 AI에게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답변을 유도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담긴 프롬프트는 AI가 더 정확하고 관련성 높은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돕는다.

AI는 더 이상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지난 7월 말 트럼프가 발표한 'America's AI Action Plan'을 보면, 미국은 AI를 신약 개발, 에너지 생산, 교육 등 모든 영역에 혁신을 가져올 '미래 문명의 핵심 자산'이자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이 경쟁에서 미국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AI 패권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정부의 직접적인 인재 육성보다는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자유로운 기술 실험'을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삼아, 민간 기업이 AI 기술의 최전선에서 경쟁하며 인재를 끌어들이도록 하고 있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인재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보상 체계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최신 AI 기술 도입 및 연구 기회를 보장하고, 막대한 컴퓨팅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스타게이트'와 같은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의 혁신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가 주도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원까지 AI 교육을 필수 교과로 통합하고, '최고 AI 인재'를 유치하겠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연구자들을 고액 연봉과 전폭적인 연구 지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귀국을 유도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독특한 인재 육성 모델을 통해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핵심은 국방과 기술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선순환 구조'다. 고교 졸업생 중 소수 정예 엘리트를 선발하여 첨단 군사 과학 인재로 육성하는 '탈피오트(Talpiot)' 제도와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는 '8200부대'가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군 복무 기간 동안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R&D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전 역량을 쌓고, 전역 후에는 창업으로 이어지는 기술 스핀오프(spin-off)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 엄격한 선발과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 그리고 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 지원이라는 독특한 생태계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전적인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한국은 'AI G3'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다층적인 인재 육성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AI G3 도약 지원'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 등 혁신 성장에 국가 가용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협력형 AX 대학원'을 추진하고 해외 AI 석학 유치를 지원하는 등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전문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초·중등부터 고등 교육까지 전방위적 디지털 인재 풀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정보 검색과 분석, 심지어 창작까지 담당하는 시대에, 단순 정보와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는 학습을 개인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인간의 창의성, 비판적 사고, 감성, 협업 능력 등을 대체할 수는 없다. AI 기술 발전의 핵심은 '생성(Generation)'과 '연관성 파악(Correlation)'에 있다. 이는 기존의 정보 탐색 및 단순 연관성 분석에 필요했던 인지적 노력을 극적으로 경감시킨다. 그래서 인간은 더 이상 정보의 '소비자'나 '기억 보관자'가 아니라,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자'이자 '사상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AI가 발전할수록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과 같은 인간 고유의 사회적, 정서적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결국 AI와 인간의 역할 분담과 협업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곁에 두고 상시 사용할 수 있는 '휴대 지성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호모 인터로간스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