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경제, 움직이지 않는 선택
요즘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무겁다. 재코타(재팬코리아타이완)에서 확인되듯, 우리나라 경제는 구조적으로 둔화 국면에 들어서 있다. 성장률은 낮아지고 소비와 투자는 위축됐다. 기업들이 내년에 신사업을 거의 준비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불확실성이 크고, 실패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판단 속에서 많은 기업들은 ‘현상 유지’를 최선의 전략으로 택하는 듯하다. 모두가 멈춰서면 경제활력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창업, 왜 이렇게 무거운 선택이 되었나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경제해법이 창업이다. 아마도 2026년에 정부는 창업을 활성화할 기세이다. 우리는 이 정책을 너무 쉽게 언급하지만 현장에서 창업은 만만하지 않다. 무겁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창업은 기업을 설립하는 일로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결단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대출을 받아 회사를 차리고, 성공하면 영웅이 되지만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이야기는 아주 흔하다. 개인적으로 창업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닌데, 정부는 창업을 쉽게 접근한다.
지금처럼 사생결단식으로 인식되는 창업구조에서는 창업하하기가 쉽지 않다. 실패의 리스크가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사회에서, 도전보다는 회피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창업은 일부의 용기 있는 사람의 선택으로 남고, 경제 전반에 필요한 수많은 작은 실험들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창업을 교육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자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창업은 정말 돈을 벌기 위한 마지막 경제수단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창업은 교육의 연장선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 기업에서 익힌 실무, 연구실에서 쌓은 지식은 시험지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시장에서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학습은 완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은 또 하나의 교실이다. 시장은 가장 현실적인 교수이며, 고객은 가장 냉정한 채점자다. 실패한 창업 역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학습의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 관점의 전환이 없다면 창업은 계속해서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연구의 끝이 아니라 연구의 다음 단계
창업은 또한 기술 연구의 연장선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 성과가 논문과 보고서 형태로 축적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사회와 시장을 만나지 못한 채 멈춰 있다. 기술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누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는 연구실 안에서 알기 어렵다.
창업은 기술을 시장이라는 실험실로 옮기는 과정이다.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의 언어로 번역하고, 실패를 통해 개선하며, 다시 실험하는 반복 속에서 연구는 살아 있는 자산이 된다. 기술 창업은 연구의 종착지가 아니라, 연구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통로다.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실패의 비용
만약 우리 사회가 창업을 교육과 연구의 연장으로 인식한다면, 지원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에게 모든 실패 비용을 떠넘기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가 일정 부분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 신용 회복의 기회, 경험이 자산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 창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 실험이 늘어나고 학습이 축적되며 기술이 사회로 흘러들어가는 통로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창업을 다시 정의할 때 경제는 움직인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창업이 필요하다는 말은 결국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창업을 여전히 사생결단의 선택으로 바라본다면, 아무리 창업을 외쳐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창업을 배움의 과정으로, 연구의 확장으로 받아들일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창업을 다시 정의하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배우는 과정이며 연구를 사회로 연결하는 통로라고. 그때 비로소 멈춰 있던 경제의 톱니바퀴도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