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큰 예산을 투입해 공공 연구기관과 대학의 기술이전조직(TLO)을 육성해 왔다. 공공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연구실에서 잠들지 않고 기업으로 이전되어 산업화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과 감사 보고서에서 지적된 바 있다. 오늘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지자체가 추진한 공공배달앱이 “세금을 퍼부었지만 반토막 성적을 냈다”는 기사처럼, 공공 주도 시스템이 시장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우리 기술이전사업화 생태계의 TLO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공공 TLO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 부족과 전문성 제약이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시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확보하기보다 지원사업 중심의 구조에 익숙해졌고, 기술을 실제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사업개발(BD), 시장 분석, 투자 연계, 계약 협상 등 전문 인력 확보에 제약이 크다. 민간 TLO는 위험 감수와 성과 기반 경쟁을 전제로 움직이지만, 공공 TLO는 평가 체계 역시 정량적 건수 중심이다. 기술의 질이나 사업화 성공 가능성보다 서류상 ‘건수’가 우선되니 현장에서 산업적 임팩트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만 일의 성과가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서비스 경쟁력의 체감 부족이다. 공공배달앱이 민간 앱과 비교할 때 UX, 기능, 마케팅에서 뒤처져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것처럼, 공공 TLO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속도·정확성·협상력에서 민간 TLO보다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문서 작업이 아니라 시장 전략의 핵심 의사결정인데, 공공 TLO의 구조는 이 민첩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기술 수요를 정확히 해석하고 맞춤형 패키징을 구성하며 사업화 로드맵까지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공공 TLO가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은 여전히 행정적 절차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세 번째 한계는 지속가능성의 부재이다. 공공배달앱이 지자체 보조금과 지역화폐에 의존하다 가동력이 떨어졌듯, 공공 TLO도 정부 재정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해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다. R&D 성과는 늘어나지만 이를 시장에 연결하는 역량은 재정사업 종료와 함께 약화되는 구조다. 지원 예산이 줄면 조직의 동력도 함께 줄고, 장기적인 기술사업화 플랫폼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정부예산을 성과가 나지 않는 조직에 계속 투입하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기술이전이란 분야에서도 공공 중심 모델의 한계가 선명해지고 있다. 반면 민간 TLO, 기술거래사, 전문 기술사업화 기업들은 우리 경제가 First Mover로 진화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움직인다. 투자사·벤처기업·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시장 중심의 속도, 전문성, 협상 역량을 갖춘 민간 생태계가 이미 존재하는데, 정책은 여전히 공공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 궁금하다. 판단자료는 많은데 의사결정을 못하는 정부가 한심하다.

이제 방향을 전환할 때다. 공공 TLO를 무조건 축소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공공 TLO의 역할은 기술 발굴, 기초 연구성과 관리, 공익적 분야의 지원 등으로 재정의하고, 실제 시장과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화 전선’은 민간 TLO에게 더 큰 역할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공공이 힘으로 끌고 가는 구조에서, 민간이 경쟁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앱이 민간앱을 이기지 못한 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시장은 결국 경쟁력과 전문성을 선택한다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기술이전·사업화도 마찬가지다. 기술은 연구실에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을 만나야 완성된다. 그리고 그 연결의 최전선은 민간의 창의성과 경쟁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영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공공 TLO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민간 TLO의 활성화를 통해 기술사업화의 전체 파이프라인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배달앱의 실패에서 우리는 이미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이제는 그 교훈을 기술이전 정책에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