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 소식에 대한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 합치는지, 어떻게 결합할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까지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남은 과제와 주가 향방, 재무적 투자자(FI) 엑시트 가능성까지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한편에선 후계 구도까지 거론되며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는 게 아니라 두나무가 네이버를 데려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마치 다음과 카카오 합병 당시처럼 힘의 축이 어디로 이동할지가 이번 빅딜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돈 잘 버는 네이버의 고민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 발표에 여의도 증권가는 “네이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잡았다”며 일제히 호평을 내놨다.

네이버의 주가는 꽤 오래 정체돼 있었다. 2021년 40만원대를 찍은 뒤 내리막을 타며 2년 넘게 20만원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 20만원 수준에서 최근 24만원대로 올라오긴 했지만 상승률은 20% 남짓으로 같은 기간 70% 가까이 오른 카카오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7.81배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115.43배)와의 격차는 물론 애플(38.06배), 아마존(32.83배), 알파벳(32.07배) 등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네이버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시장이 보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PER은 단순한 저평가 지표를 넘어 시장이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성장 기대가 높으면 PER은 높아지고 현재 이익이 견조하더라도 미래 동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PER은 낮아진다. 지금의 네이버가 바로 그런 경우다.

네이버는 올 3분기 매출 3조1381억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 3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570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7347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어디서 벌고 있느냐’였다. 서치플랫폼과 커머스가 전체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반면 핀테크·콘텐츠·엔터프라이즈 등 신사업이 기대만큼 치고 나가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전략에서도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풍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공격적인 투자나 과감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따라붙었다. IT 기업이지만 ‘노잼(재미없는) 기업’이 돼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두나무와의 초대형 빅딜을 단행한 것은 정체돼 있던 성장 퍼즐을 한꺼번에 뒤흔드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플랫폼과 금융,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경제권을 구축하며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에선 1967년생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은퇴와 후계를 염두에 둔 판단도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이 의장은 모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

◆첫발은 뗐지만 과제 산적

네이버는 지난 11월 26일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고 두나무 주식 전량을 이전받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교환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정해졌다. 두나무의 1주당 평가 가치는 43만9252원, 네이버파이낸셜은 17만2780원이다. 네이버파이낸셜(4조9000억원)과 두나무(15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는 1대 3으로 산정됐지만 두 회사 발행주식 총수가 달라 주식 교환 비율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환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고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5%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신주 발행이 이뤄지면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은 기존 70%에서 17%로 낮아져 2위에 머문다.

송 회장을 비롯해 두나무 주요주주인 김형년 부회장(10%), 카카오인베스트먼트(8.11%), 우리기술투자(5.51%) 등이 이번 거래로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겉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인수하는 구조지만 실제로는 두나무 측이 지배력을 가진 형태여서 ‘역합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네이버는 두나무 경영진으로부터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을 계획이다. 이 경우 회계 기준상 네이버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돼 두나무의 실적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네이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이 완결되기까지는 정부 심사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두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간편결제 1위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결합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여부를 따져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이 제기될 수 있다. 금가분리는 금융회사는 가상자산을 직접 다룰 수 없고 가상자산 사업자 역시 예금·대출·결제 등 전통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기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마련된 원칙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2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빅테크는 현재 금가분리 상태에 있다”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도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규제 장치 없이 (금융업에) 들어올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주목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교환 안건은 내년 5월 22일 열리는 네이버파이낸셜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특별결의 요건에 따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최종 승인된다. 주주 설득이 주요 과제인 셈인데 네이버와 경쟁 관계에 있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표 대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무적 투자자(FI)의 선택을 둘러싸고도 여러 시나리오가 오간다. 합병 후 FI들의 지분율이 모두 10% 아래로 낮아지는 만큼 엑시트(회수)를 고민할 명분은 충분하다. 10년 가까이 투자해온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우리기술투자는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수백 배 수준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반면 두나무 측의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당장 지분을 처분하기보다는 ‘한 번 더 베팅’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새 먹거리 고민인 두나무

지난 11월 27일 공동 기자회견에는 양사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 추진 여부나 네이버와의 합병 등 향후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지금 합병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절박한 메시지가 나왔고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50번 넘게 언급될 만큼 해외시장 공략 의지도 강하게 드러났다.

두나무가 이번 빅딜을 통해 노리는 방향은 분명하다. 두나무의 수익 구조는 사실상 업비트의 거래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돈을 벌지만 시장이 식으면 수익도 급격히 꺾이는 구조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꾸준히 기록할 만큼 덩치는 이미 커졌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어도 국내처럼 규제가 촘촘한 환경에서는 신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지점에서 규제 대응 경험이 풍부한 네이버와의 결합은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이미 ‘그다음 단계’로 올라선 대표적 사례다. 코인베이스는 거래수수료(전체 매출의 57%)에 더해 스테이블코인(18%), 스테이킹(10%), 구독·부가서비스(7%), 이자수익(4%)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거래수수료만 놓고 봐도 업비트보다 더 벌어들이는데 그 외의 사업에서도 고르게 수익이 나오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두나무가 네이버와의 빅딜을 통해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멀티 수익원’으로의 확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나무는 지난 1~2년 사이 코인베이스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거래대금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업가치는 이미 7~8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베이스가 체인 구축,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등 블록체인 인프라·서비스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서클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업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본격 구축하고 국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업비트는 이미 국내 최대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처다. 올해 1분기 국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은 57조원에 달했는데 대부분 업비트에서 이뤄졌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강점은 커진다. 예컨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네이버페이에 연동해 결제 활용처를 확보하는 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미래에셋과의 지분 협력까지 고려하면 ‘증권–결제–유통’이 하나의 삼각 구도로 묶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슈퍼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앱에서 쇼핑·부동산·주식·예적금 등 기존 서비스에 더해 가상자산까지 연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제페토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는 “웹3 전환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 선도적으로 도전할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며 이번 빅딜의 의미를 강조했다.

출처 한경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