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버려지던 폐식용유(UCO·Used Cooking Oil)가 글로벌 재생연료 시장의 핵심 원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정책 강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지속가능항공연료) 의무화 정책이 맞물리며, 폐식용유가 ‘쓰레기에서 자원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UCO, 탄소중립 실현의 숨은 주인공

지속가능연구소가 발간한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5호」에 따르면,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 HVO(수소화식물유), SAF 등 재생연료의 핵심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HVO와 SAF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대 90%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항공·물류 산업의 탈탄소 전략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바이오연료 수요가 연평균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UCO 기반 연료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UCO는 식물성 기름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곡물 기반 바이오연료보다 환경적 부담이 적어, ‘차세대 순환형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EU·미국, UCO 수입 경쟁 치열… 아시아는 공급기지

EU는 ‘재생에너지지침(REDⅡ)’을 통해 각국에 재생연료 혼합 비율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폐식용유를 포함한 비식용 원료의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역시 IRA(Inflation Reduction Act) 정책을 통해 SAF 생산을 장려하고 있으며, 주요 정유사들이 UCO 기반 HVO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UCO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폐식용유의 수집·정제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며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식품·유통기업이 식용유 회수 체계를 마련해 산업적 재활용 구조를 확립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UCO 산업화의 과제… 수거체계와 품질 표준화

폐식용유 산업이 본격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거·정제 시스템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음식점,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의 수거율이 아직 낮고, 품질 편차가 커 고순도 연료 전환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UCO 인증제’와 ‘투명한 유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위조·불법 수출 등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시대, 폐식용유가 여는 녹색 기회

지속가능연구소 관계자는 “폐식용유는 버려지는 폐기물이지만, 이를 정제해 재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순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의 촉매제로서 UCO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폐식용유 기반의 SAF, HVO 생산체계가 구축되면 한국도 아시아의 친환경 연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