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빅테크 기업의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의 75%를 차지하며, 글로벌 AI 하드웨어 생산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9일 엔비디아, AMD,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10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탈탄소화 진척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그린피스는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공급망의 변화: AI 빅테크 기업의 탈탄소화 성적표)를 통해, 기업 대부분이 공급망의 탄소 감축에 실패하며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7곳, 공급망 부문 낙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AI 산업의 온실가스 주요 발생원은 데이터센터를 넘어 반도체·하드웨어 등을 생산하는 ‘제조 공급망’이다. AMD·엔비디아·퀄컴·브로드컴과 같은 AI 칩 설계 기업의 2024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8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AI 칩 제조 전력수요는 2030년에는 2023년 대비 170배인 약 37,238 GWh로 급증할 전망으로, 동아시아 제조 거점의 화석연료 기반 전력 의존과 맞물려 공급망 배출 확대가 우려된다.

평가 결과, 모든 조사 기업들의 탈탄소화 진척은 자사 운영에 비해 공급망 부문에서 더 낮은 등급을 받았고, 공급망 부문에서는 10곳 중 7곳이 배출 감축 및 재생에너지 조달 미흡으로 낙제점인 ‘F’등급을 기록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공급망 탈탄소 목표와 재생에너지 조달 및 투자 부재로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엔비디아의 스코프 3 배출량은 회계연도 기준 2023년 351만 메트릭톤(CO₂e)에서 2025년 691만 메트릭톤(CO₂e)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AI 혁신, 막대한 탄소배출 담보로 이뤄지면 곤란"

카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역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는 “AI 혁신이 공급망의 막대한 탄소 배출을 담보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빅테크는 기술 혁신을 핑계로 삼을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공급망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하드웨어 생산이 집중된 동아시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위해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공급사와 공동 투자에 나서야 하며, 전력구매계약(PPA)과 직접 투자와 같은 재생에너지 순증에 기여하는 추가성 높은 조달 방식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재생에너지 투자의 지역 편중 문제도 확인됐다. 애플은 중국·일본에서 누적 500M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개발을 2024년까지 직접 투자했고, 2018년 중국 ‘청정 에너지 펀드’ 조성으로 자사 및 공급 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1GW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했다. 해당 펀드는 이어 올해 3월, 9,922만 달러 규모의 2단계 투자가 결정됐다. 또한 구글도 2024년 대만에 1GW급 대규모 태양광 개발 투자를 진행했다.

반면 AI 산업의 주요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한국에 포진해 있음에도, 한국을 대상으로 한 동등한 규모의 공급망 재생에너지 전환 펀드 조성이나 인프라 직접 투자는 공개 정보 기준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공급망 탈탄소화 노력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강다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APEC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빅테크들은 한국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책임 있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강 캠페이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혁신을 재생에너지로 증명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오히려 가스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며 산업 전체의 탈탄소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PEC 정상회의가 글로벌 AI·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함께 재생에너지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 전략’을 약속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로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2017년부터 주요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출처 : 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