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제조업의 바람
미국이 다시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제조업은 늘 인건비가 싼 나라로 이동했다. 1960년대에는 일본, 1980년대에는 한국과 대만, 2000년대에는 중국, 그리고 지금은 베트남과 인도로 이어졌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값싼 노동력이 곧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공식을 더 이상 신봉하기 어렵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인건비의 격차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AI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시대, 이제 ‘싸게 만드는 기술’보다 ‘다르게 만드는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리쇼어링, 산업의 귀환을 부르는 단어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는 용어가 ‘리쇼어링(reshoring)’이다.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났던 공장이 기술혁신과 공급망 리스크 때문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리인더스트리얼라이제이션(reindustrialization)’, 즉 산업기반의 재구축이라는 국가 전략이 등장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미국의 매뉴팩처링 USA 프로그램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단 하나다.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싸졌는가, 그리고 자동화가 노동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오늘날 선진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인건비가 아니라 ‘기술의 유연성’에서 나온다. 로봇과 센서가 공정을 스스로 조정하고,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이제 공장의 경쟁력은 값싼 노동이 아니라 공급망의 안정성, 에너지 효율, 시장 접근성으로 결정된다.
즉, ‘비용 중심 제조’에서 ‘지식 중심 제조’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새로운 경쟁의 언어
이 변화의 상징이 바로 ‘다품종 소량생산(High-mix, Low-volume)’이다. 과거 포드식의 ‘소품종 대량생산’은 효율을 극대화했지만, 시장 변화에 둔감했다. 반면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을 즉시 만들어낼 수 있다.
공장은 제품 종류가 늘어나도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유연하게 전환되고, 생산라인은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제품으로 바뀐다. 이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의 대안이 아니라, 고임금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제조방식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스마트팩토리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체계다. 센서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공정을 제어하며, 인간은 창의적 설계와 품질 혁신을 담당한다. 이제 제조업의 경쟁력은 노동비용이 아니라 ‘지식비용’으로 결정된다. 즉, 기술과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구현하느냐가 새로운 산업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가야 할 길
우리 제조업의 미래도 이 방향 위에 있다. 고임금 사회에서 단순 대량생산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볼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을 통한 생산 유연성을 확보한다면, ‘비싼 인건비를 감당할 만큼의 효율’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값싼 생산이 아니라, ‘빠르고 정교하게 바꾸는 능력’이다.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값싼 노동력 경쟁이 아니라, 고급 기술력과 창의적 디자인이 융합된 제조혁신이다.
기술은 단순히 공정을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다. 과거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열었듯, 오늘의 로봇과 AI는 제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결국 제조업의 부활은 다시 인간의 손이 아닌, 인간의 생각으로 완성될 것이다. 
“싸게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유연하게 만드는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