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진행 중인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정책방향(안) 공청회' 모습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주요 연구행정 기능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중심으로 '중앙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연구 현장에서 세심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규모 설문조사, 간담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논란의 여지가 적은 것으로 점쳐지는 전산이나 감사 업무를 위주로 논란이 크지 않은 전산, 감사 위주로 중앙화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화에 필요한 인력 300여 명은 출연연 파견이 아닌 모두 출연연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NST가 직접 채용하는 형태로 뽑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NST는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1월 말 연구행정 중앙화·전문화의 대략적인 방향을 결정한 뒤 올해 안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세부 방침을 결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정책방향' 초안을 공개하며 전산, 감사, 구매, 법무 등 공통행정 기능은 NST를 중심으로 중앙화하고 출연연별로 관리되던 전산 인프라를 하나의 공간으로 이전해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정부는 출연연의 연구지원 인력이 부족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연구행정 중앙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출연연의 연구지원 인력은 연구직 1명당 0.5명으로 독일(1.3명), 프랑스(1.2명), 일본(0.96명)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중앙화를 통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현장에선 반대가 만만찮다. 23일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공공과기노조)은 "출연연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7.2%가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장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추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연구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주부터 NST를 간사로 공공과기노조,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노조),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출연연 부원장 협의체 '출발위'와 전문가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연구행정 전문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등에 출연연 관련 정책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매주 1회, 총 5회 개최될 예정이다. NST는 출연연 직원 수천명을 대상으로 정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연구행정 중앙화·전문화는 우선 전산, 감사 위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매, 법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앙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감사 분야의 경우 이미 출연연 감사일원화를 위한 조직인 NST 감사위원회가 있어 일부 통합이 진행된 상태다.
전산 분야에서는 데이터 관리, 인사·연구비 시스템, 서버 유지보수 같은 기술적으로 동일한 일부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다. 정부는 전산 통합화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공동 활용 등도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구매 분야는 기관별로 구매 표준 절차가 수립돼 있지 않고 법무 분야도 법무팀이 없는 출연연도 많아 중앙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구행정 중앙화·전문화에 필요한 인력은 출연연으로부터 파견이 아닌 출연연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NST가 직접 채용하는 형태로 충원한다. 출연연 이관 인력을 300여 명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치면 변동될 수 있다. 이관 인력에는 각 출연연에서 연구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근접지원 인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NST 관계자는 "출연연 통폐합을 위한 방침이 전혀 아니며 연구행정 중앙화·전문화를 통해 효율화를 시도하는 셈이라 출연연 통폐합을 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오히려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개별 출연연의 연계·융합·협력은 현재의 기술 환경 상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행정 중앙화·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천천히 연구현장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