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4일, 한국조폐공사가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화폐굿즈 두 종류를 선보였다. 화폐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폐기되던 지폐 인쇄 불량지와 단재 여백지 등을 활용해 ‘돈 봉투’와 ‘행운의 돈 키링’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연간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약 100 톤 규모다. 이 가운데 그간 대부분은 압쇄·소각 처리돼 왔으며, 이번 굿즈 사업은 해당 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이고 자원순환형 경제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해당 부산물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돈 봉투’는 인쇄 불량지와 단재 여백지를 업사이클링해 5종 세트 형태로 구성됐다. 봉투 각각에는 네 가지 권종의 돈가루가 무작위로 배열돼 있으며 ‘이 봉투는 화폐 부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용지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뒷면에 인쇄돼 있다. ‘행운의 돈 키링’은 5만원권 한 장 분량의 실제 화폐 조각이 투명 아크릴 안에 삽입된 키링 형태 제품이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러한 굿즈 출범을 통해 “일상 속에서 친환경 소비에 국민이 동참하고, 화폐가 지닌 신뢰와 희망의 가치를 일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번 사업에 대해선 몇 가지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첫째, 연간 발생하는 화폐 부산물 규모는 기사마다 상이하다. 일부 보도에선 연간 약 510 톤의 화폐 부산물이 소각돼 왔다고 한다. 이번 사업이 그 전체 중 어느 정도를 실제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업사이클링 상품이 갖는 의미는 긍정적이나, 이러한 형태가 확장되어 ‘폐기물 제로’ 또는 ‘자원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지는 추가적 기업·제도적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한국조폐공사 역시 “폐기물 제로화를 향한 ESG 실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목표와 로드맵은 알려지지 않았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업사이클링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및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쇄 불량지나 단재 여백지를 단순 소각하는 대신 제품화하면 그만큼 처리 부담이 감소한다. 한국조폐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폐기비용 절감과 자원순환 구현이라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환경 효과를 산정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굿즈 제조·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자원·에너지 사용량과 비교해 순환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업사이클링 대상이 된 부산물 외에 여전히 소각되는 양이 얼마인지 밝히고, 이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참여형 착한 소비를 넘어 기업과 공공기관이 자원순환·폐기물 저감·친환경 설계(디자인) 측면에서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이번 굿즈 출시는 상징성은 크지만 ‘환경·자원 순환’이라는 더 큰 틀에서 보면 시작일 뿐이다. 제품 한 줄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조폐공사의 이번 행보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화폐 제조 산업 전반에서 자원들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이는 것’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