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은 더 이상 고대 신화 속 존재가 아니다. 하늘과 땅, 인간을 잇는 생명의 순환구조이자, 기후위기의 시대에 주는 동양적 생태윤리의 해답이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전해 내려온 삼신(三神)은 전통적으로 하늘의 신(天神), 땅의 신(地神), 사람의 신(人神)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이 고대 사유는 단순한 다신 체계가 아닌, 하나의 근원적 존재가 세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작용하는 창조의 질서로 읽힌다. 이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개념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삼신은 곧 천신·지신·의신이다. 천신은 기후와 창조의 질서를 상징하며, 지신은 피조물 속에 깃든 생명과 자연의 법칙, 의신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실천을 의미한다. 각각이 독립된 신이 아니라, 창조·보전·실천의 세 축을 통해 하나의 뜻이 구현되는 과정이다. 동양적 사고체계에서 삼신은 하나님의 뜻이 자연과 인간을 통해 땅 위에 실현되는 창조의 완성이다.

이러한 삼신의 구조는 오늘날 그린철학, 즉 환경윤리와 만날 때 생명 순환과 지속가능성의 개념으로 재해석된다. 천신은 기후윤리다. 기후는 단순한 물리현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를 담은 창조의 리듬이다. 인간은 그 리듬을 읽고 조화롭게 살아갈 책임이 있다. 지신은 환경윤리다. 산과 강, 공기와 흙, 미생물까지 모든 존재는 창조의 숨결을 품고 있다. 그 생명질서를 보전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보호가 아니라, 신성에 대한 응답이다. 의신은 인간윤리다. 인간은 양심을 따라 행동할 책임을 지닌 존재다. 기후와 환경의 질서를 인식한 인간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함으로써 창조를 완성한다.

결국 삼신은 ‘기후–환경–행위’의 세 요소로 구성된 생명 삼위일체이며, 생태학적 질서이자 윤리적 구조다. 이는 곧 하늘과 땅, 인간이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지구공동체의 이상이다. 삼신은 종교적 상징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우주를 연결하는 암묵적 신호체계다. 기후의 변화, 환경의 징후, 인간의 직관은 모두 이 신호를 감지하는 통로다. 신은 외부의 실체가 아니라, 존재 간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보이지 않는 질서이자 통신망이다.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기후위기와 생태적 붕괴 앞에 서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삼신사상은 동양적 생태철학으로서 중요한 전환의 열쇠다. 창조의 순환, 생명의 질서, 인간의 책임이라는 세 축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적 윤리의 구조이며, 동서양을 넘어선 보편적 생명철학이다.

삼신은 말한다. “하늘의 뜻을 읽고, 땅의 생명을 지키며, 인간의 행위로 이를 완성하라.” 이 고대의 음성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다시 귀 기울여야 할 생태적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