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1일, 정부는 기존의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기후·에너지·환경을 한 축으로 묶은 건 32년 만의 대규모 조직개편이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더는 한 부처의 업무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의 축으로 격상됐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했다. 철강·알루미늄·비료 등 탄소 다배출 품목의 수출입에 ‘탄소세’를 부과하면서,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곧 무역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새로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산업의 기회로 전환할 것인가?
기후와 에너지를 새로운 경제의 주제로 삼아야
이제 기후·에너지·환경은 규제가 아니라 신경제의 키워드다. 탄소 저감, 순환소재,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은 모두 기술창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혁신 스타트업들이 이런 분야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자금·데이터·실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후 기술은 초기엔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는 ‘기초 체력’이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술혁신형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단순한 환경정책 부처를 넘어 미래 경제부처로 거듭날 수 있다.
중견기업의 전환을 돕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대기업의 ESG 보고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출 중견기업, 지역 제조기업들도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그 전환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이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할 때 금융·세제·기술 인증을 종합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중심이 되어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의 지원정책을 연계·통합한다면, 기업들은 개별 부처의 벽에 막히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탄소중립 행정’에서 ‘그린 산업정책’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부처 간 융합이 진짜 실행의 시작이다
기후·에너지·환경은 각각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R&D), 산업부의 제조혁신, 중기부의 창업지원, 농수산부의 바이오 순환경제 등은 사실상 한 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들을 하나로 엮어 데이터 기반 융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각 부처가 따로 추진하던 탄소감축·그린수소·스마트팜 같은 프로젝트를 묶어, 국가 차원의 ‘그린 테크노밸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 — 고민보다 실행
지금은 또다시 ‘조직을 만들었다’는 성과에 머물 때가 아니다. 작은 실행이 곧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업·지자체·연구기관과 손잡고 실증사업 하나, 지역모델 하나, 창업 프로그램 하나부터 실행에 나선다면, 그 자체가 국가 산업생태계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새로운 산업의 기회도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거대한 계획보다, 작은 실행으로 산업 전체를 리드하는 정부의 용기다.
자료출처:정부조직법 개정안, EU CBAM 공식시행, 산업통상자원부·KEEI 정책자료(2025.10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