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우리 현실에선 매우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방향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에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5개 부문(정치, 경제, 균형성장, 사회, 국방외교) 123개 안으로 계획이 마련돼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제 부문이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는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한마디로 선도경제)로, 이를 달성하는 5개 전략 29개 안으로 돼 있다.
5개 전략은 이렇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기초가 튼튼한 과학기술, 혁신으로 도약하는 산업 르네상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성장을 북돋우는 금융혁신 등이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 성장 전략'에 이들 전략이 어떤 근거에서 도출됐는지 자세히 제시돼 있다. 시대 흐름과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에 근거해 마련된 선도경제에 희망을 걸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선도경제의 핵심은 인공지능전환(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과 녹색전환(GX·Green Transformation)이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타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GX보다는 AX 중심의 국정 운영과 경제 방향을 정한 것도 한편으로는 타당하다. 다만 GX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안이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들어 한 가지만 지적하려고 한다. GX 시대를 담아내는 선도경제가 재생에너지나 이를 지원하는 전력망 등 에너지 공급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살아온 수출 강국이다. GX 시대의 경제는 수출 주력 제품의 녹색전환에 주목해야 하는데, 5개년 계획안에 빠져 있다. 녹색전환이란 수출 주력 제품을 친환경으로 '밸류업' 하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을 가치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선도경제를 만들려면 주력 수출품의 녹색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다. 물론 그렇게 가야 한다. 그래야 RE100을 충족해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친환경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먹거리의 친환경 밸류업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이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새 정부에 제안한다. 첫째, 제품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친환경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식이다.
둘째, GX를 외치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소용이 없다.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가 16년 동안 어렵게 운영 중인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녹색상품'은 소비자 중심의 전형적인 친환경 제품이다. 소비자단체와 기업이 협력해 친환경 제품을 선정·홍보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관심이 없다.
셋째, AX와 GX로 경제 방향을 튼다고 선도경제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중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이미 AX·GX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뒤처졌다. 후발주자에게는 혁신 전략이 있어야 한다. '중시장' 개발을 제안한다. 중고·수리·수선 제품을 하나의 경제로 보자는 것이다. 이른바 '리커머스 경제(recommerce economy)'다. 이는 오래 쓰고 수선해서 쓰고 중고품을 되파는 것으로, 순환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선도경제로 가는 길에 훈수를 둔다. 수출 주력 제품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친환경 녹색 제품으로 전환하는 점진적 정책에 새 정부는 관심을 기울이고 성원할 것을 충언한다.
*[출처: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11428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