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7년 만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허술한 환경 규제가 오히려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실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 보호’만 명분으로 삼아 추진된 탁상행정식 규제가 소상공인의 불만,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결국 친환경 정책에 반감을 사게 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5일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전국 200여 매장에서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를 함께 사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가 재활용촉진법을 개정해 금지했던 플라스틱 빨대가 매장 안으로 돌아오면서, 플라스틱을 줄이려다 도리어 재활용조차 안 되는 종이 빨대 논란만 키운 ‘규제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도입됐고, 계도 기간을 거쳐 2022년 11월 전국에 시행됐다.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스타벅스는 정부 규제보다 앞선 2018년 11월부터 전국 매장에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문제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2019년 영국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에 따라 맥도널드는 영국과 아일랜드 총 1361개 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했다. 대신 도입된 종이 빨대는 쉽게 젖고 흐물거린다는 품질 문제, 섬유 혼합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반(反)환경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실제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전국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일회용품 발생량 70만3414t 중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의 비율은 9424t으로 1.3%에 불과하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330만325t 중에선 0.3%가량에 그친다.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전부 소각·매립 처리돼야 했다. 플라스틱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소비자 불편은 커 규제가 실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전국 시행 1년 만인 재작년 11월 규제가 사실상 철회됐다.
종이 빨대가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플라스틱 빨대보다 실제로는 환경에 더 악영향이라는 환경부 용역 보고서는 제도 시행 5년 만인 작년 초에야 나왔다. 빨대의 생산, 사용, 폐기까지 모든 주기에 걸쳐 평가해 보니 종이 빨대의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아직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만큼 종이 빨대 품질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부터 해버린 결과였다.
편의점에서 산 물건을 담기 위해 구입하는 일회용 비닐 봉투도 규제 대상이었다. 20원짜리 비닐 봉투 대신 종이 봉투(100~250원)를 사도록 했지만 잘 찢어졌다. 손잡이 달린 종량제 봉투도 사용 가능하지만, 작은 내용물을 담기에는 크고 번거롭다는 말이 나왔다.
환경부는 ‘생분해성 비닐 봉투’는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분해성 비닐 봉투는 매립 등 ‘처리’를 염두에 두고 땅에 묻혔을 때 잘 썩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 재질이 섞여 있어서 오히려 일반 비닐 봉투보다 재활용이 어렵고, 값도 비싸다. 재활용을 오히려 방해하는 규제가 된 것이다.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일회용 수저, 그릇, 종이컵 등의 사용을 금지했던 규제도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시행이 보류됐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테이크아웃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내도록 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수거 인프라 부족, 소비자의 번거로움 등으로 비판받다가 대상 지역이 세종·제주 두 곳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환경 정책을 정교하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이상 소비자의 불편과 희생을 강요하는 식의 규제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 정책을 과학적·현대적으로 바꿔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명분에 의존한 규제 중심”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