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성 나노물질의 치료 플랫폼 모식도(KRISS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암 진단과 치료, 면역 반응 유도를 동시에 수행하는 나노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진단과 치료 중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던 기존의 나노물질에 비해 치료 효율이 한층 높아 나노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암 치료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항암 치료에는 수술·방사선·항암화학요법이 주로 쓰이고 있으나 암 부위뿐만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가해 부작용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암세포와 병변 부위를 정밀히 표적해 약물을 전달하고 제거하는 나노물질을 응용한 치료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물질은 금(Au) 사이에 철(Fe)을 넣은 삼중 층 구조의 나노 디스크(AuFeAuNDs)다. 나노물질의 형태가 원판 가운데에 철을 끼운 꼴로 설계돼 기존 구형 물질보다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 종양 부위에 자석을 대면 철의 자성으로 나노물질을 쉽게 끌어당길 수 있어 치료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노 디스크는 광음향 영상(PA) 기능을 탑재해 종양의 위치와 물질의 전달 과정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다. PA는 나노 디스크에 빛(레이저)을 쏜 후 열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초음파)을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나노물질이 종양 부위에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치료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PA 기능으로 종양 부위에 나노입자가 축적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시점이 물질 투여 후 6시간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서로 다른 기전의 세 가지 치료 방식을 유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단일 요법만 가능한 물질에 비해 여러 형질의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나노물질은 금 입자에 열을 가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광열 치료(PTT)만을 활용했으나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디스크는 철 성질을 이용해 종양 내부에 산화를 일으키는 화학역동치료(CDT)와 페롭토시스 치료까지 가능하다.
치료 후에는 암세포가 사멸할 때 경고 신호(DAMPs)를 방출하게 만들어 우리 몸이 동일한 암세포를 기억하고 재발할 시 공격하도록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실제 쥐 실험에서 나노 디스크를 통해 경고 신호를 생성한 결과 면역 세포의 수가 최대 3배가량 증가했다.
나희경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금과 철의 물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게재됐다.
출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