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기계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이제는 존재 중심으로 산업이 전환하고 있다. 산업의 진화는 단순한 기술 고도화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특히 인공지능이 생산, 의사결정, 창작, 교육, 의료, 복지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 깊이 침투하면서 우리는 산업의 중심축을 다시 설정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AI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속도’와 ‘정확성’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효율성 중심의 산업 구조는 동시에 자연 파괴, 자원 남용, 인간성 상실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존재 중심 산업(Being-Centered Industry)’이다.
존재 중심 산업은 인간, 비인간, 자연, 사물, 기술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의 내재적 가치와 관계성을 고려하여 산업을 설계하는 새로운 관점이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의 산업 구조 속에서 존재 중심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친환경 산업과 연결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확산과 산업구조의 재편
AI 기술은 더 이상 하나의 도구가 아니다. 의사결정권을 갖춘 파트너, 또는 때로는 사람보다 더 빠른 판단 능력을 지닌 대체자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AI가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생산 효율을 최적화하고, 유통/물류에서는 재고 예측과 경로 최적화로 낭비를 줄이며, 의료에서는 진단 보조와 개인 맞춤형 치료에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AI 중심 산업 구조는 분명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처리, 더 많은 소비’라는 순환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존재론적 위기를 함께 불러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더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방향으로 ‘재설계’하고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존재 중심 산업과 친환경 산업이 만난다.
존재 중심 산업 :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산업 윤리
존재 중심 산업은 기존의 생산성 중심 산업과는 궤를 달리한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이 중심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존중받고 있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이다.
AI 시대의 존재 중심 산업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설계될 수 있다.
① 감시가 아닌 공존 : AI와 인간의 관계 재정의
AI를 ‘도구’가 아닌, 관계 맺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은 기술과 인간 간의 윤리적 균형을 요구한다. 존재 중심 산업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보다,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는 결국 기술이 인간과 자연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화롭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한다.
② 속도가 아닌 지속성 : 효율성 패러다임의 전환
AI는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존재 중심 산업은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을 중심 가치로 삼는다. 이는 AI가 소비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소비를 줄이고 생명을 보존하는 조력자로 사용되도록 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③ 계층이 아닌 생태계 : 산업 구조의 재구성
존재 중심 산업은 인간–기계–자연 간 위계적 구조를 생태계적 구조로 바꾼다. AI 기술도 생태계의 일부로 통합되어야 하며, 데이터 수집, 모델 설계, 에너지 사용 등 전 단계에서 생태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철학적 전환은 친환경 산업과의 긴밀한 연결 지점을 형성한다.
AI × 존재 중심 산업 × 친환경 산업 : 융합의 3각 구조
존재 중심 산업이 친환경 산업과 결합될 때, AI는 단지 효율적인 도구가 아닌 생태적 전환의 핵심 파트너가 된다. 이 융합은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① AI 기반 순환경제 시스템
AI가 자원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자동화함.
(예) 재활용 로봇 AI, 스마트 분리배출 시스템, 블록체인 기반 탄소 추적 기술 등
② AI와 감성·의미 중심 소비문화
존재 중심 산업은 인간의 감정, 의미, 관계에 주목하며, AI는 소비자의 ‘필요’보다 ‘의미’를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됨.
(예) 감정 AI를 통한 개인 맞춤형 친환경 제품 추천, 과잉 소비 억제 알고리즘 등
③ AI를 활용한 생태 보호 시스템
드론과 센서를 통해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멸종 위기종 보호, 산림 관리, 기후 예측 등을 정밀하게 수행함. AI는 환경을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과 협력하는 존재’로 자리매김
이와 같이 AI는 존재 중심 산업의 가치 위에 놓일 때, 친환경 산업의 실질적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존재 중심 기술문명으로의 전환
인공지능 시대의 진짜 문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무엇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존재 중심 산업은 AI 기술을 생명, 관계, 지속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기술 문명과 생태 문명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존재 중심 산업과 친환경 산업은 단지 연관성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AI라는 매개를 통해 하나의 융합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얼마나 잘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존재 중심의 관점에서 기술을 다시 설계하고, AI를 생태계의 일부로 통합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의 핵심 기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