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작업하는 모습. 파우치를 펴서 정리하고, 상자는 바코드 방향에 맞게 방향을 돌린다. (사진=피규어AI)

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작업하는 모습. 작고 얇은 물건도 인식하고 처리한다. (사진=피규어AI)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겨AI(Figure AI)가 자체 개발한 ‘헬릭스(Helix)’ AI 엔진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작업을 1시간 이상 끊김 없이 실행하며 인간과 비슷한 지속성과 정밀도를 입증했다.

피겨AI는 최근 자사 로봇이 헬릭스 신경망의 힘을 바탕으로 물류·창고 환경에서 설정된 과제를 60분 연속으로 실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로봇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물건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기존 시연과는 차별화된 높은 속도와 정교함이 특징이며 시각-언어-행동을 통합하는 단일 신경망 구조로, 자연어 명령과 시각 인식을 동시에 처리해 작업을 수행하는 점이 핵심 기술이다.

본 작업은 피겨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Figure 02 모델이 주축이 된 것으로, RGB 카메라, 내장 GPU를 통한 실시간 인퍼런스 능력을 갖췄다. RPM 단위의 고속 제어와 정확한 물체 조작 능력 덕분에 1시간의 장시간 연속 작업에도 성능 저하 없이 임무를 완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겨AI는 로봇의 상업적 적용을 위해 BMW와 UPS 등 다국적 기업과 파일럿 계약을 체결한 상태며 지난해 1월 BMW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 로봇을 배치해 비생산 시간대에 벨트 위의 금속 부품을 조작했고, 최근 UPS와도 물류 분류 작업 협의를 진행 중이다. 피겨AI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은 “공장 현장에서 로봇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성능 지표를 검증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디스커션 페이지에서도 이번 데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 레딧 사용자는 “가장 중요한 건 고품질 데이터셋과 입체 시각, 온라인 교정, 시연 시 속도 향상 기법이 조합되어 실제 물류 환경에서 인간보다 빠른 조작을 달성했다”며 효과를 강조했다.

피겨AI는 2022년 설립 이후 2023년 프로토타입 Figure 01을, 2024년 상업용 모델 Figure 02를 공개했다. Figure 02는 154파운드, 5.6피트 키에 2.6mph 이동 속도를 지니며 최대 25kg 물체를 운반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뛰어넘는 정밀도와 연속성 확보를 목표로 헬릭스 AI를 설계, 물류 작업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피겨AI는 지난해 6.75억 달러 시리즈 B와 후속 투자 유치를 통해 2.6조 달러 기업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초는 39.5조 달러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15억 달러 규모 시리즈 C 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 연간 12,000대 생산이 가능한 ‘BotQ’ 공장을 설립하고 로봇 자체가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다만, 상용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BMW 공장 투입 로봇이 실제 생산 라인이 아닌 비가동 시간대에 시연되었으며, 재정과 실적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겨AI는 이번 1시간 연속 작업 시연을 통해 작업 지속성과 정확성 면에서 기술적 진보를 입증했다.

로봇 업계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가 실제 환경에서 장기 연속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헬릭스 기반 AI의 효율과 통합 플랫폼 전략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쟁사 테슬라 ‘옵티머스’, 애길리티 ‘디짓’ 등도 있으나, 피겨AI는 ‘단일 모델·광범위 활용’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피겨AI는 향후 로봇을 금융 성과 측정에 활용하고, 가정용 로봇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CEO 애드콕은 4년 내 10만 대 생산 목표를 내걸었으며, 올 하반기에는 가정용 알파 테스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