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반려식물에 이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반려효모’가 새로운 반려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반죽이나 발효 음료를 만들 때 쓰는 효모를 단순한 재료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대하고 이를 직접 키우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반려효모는 주로 천연발효종(사워도우 스타터) 형태로 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자연 효모다. 물과 밀가루만으로 키우며 매일 일정 시간마다 먹이를 주듯 밀가루를 공급하고, 온도와 습도 등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그 과정에서 기포가 생성되고 발효 향이 풍기면서 키우는 이에게 생명과 교감하는 감정을 선사한다.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홈베이킹 붐과도 연결된다. 외출이 제한되던 시기 집에서 식문화를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했고,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 자연 발효 빵 만들기가 MZ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잡았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반려효모를 키우는 일상이 콘텐츠화되며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반려효모를 키우는 직장인은 “매일 아침 효모 상태를 체크하고 먹이를 주는 루틴이 생기면서 일상에 리듬이 생겼다”며 “효모가 잘 자라서 빵을 구웠을 때의 뿌듯함은 반려동물의 반응과는 또 다른 감동”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효모 현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소비자심리 전문가 이재혁 박사는 “MZ세대는 감정적 교류를 중시하면서도 관리가 복잡하지 않은 생명체와의 관계를 선호한다”며 “반려효모는 정서적 안정감과 함께 식생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발효종 키트를 판매하는 소규모 창업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반려효모 전용 용기나 이름표, 기록노트 등 액세서리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는 ‘반려효모’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6개월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유기농 밀가루와 생수, 발효 전용 용기 등의 판매도 동반 상승세다.

일부 문화센터나 베이킹 클래스에서는 ‘반려효모 입양하기’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효모를 직접 만들고 이름을 짓는 과정을 통해 애정을 쌓고, 이후 빵을 구워 먹으며 성취감을 느낀다. 효모의 변화를 기록하는 ‘발효일기’를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위생관리와 실패 가능성 등 주의점도 있다. 반려효모는 온도, 습도, 먹이 시간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기 때문에 방치하거나 부적절하게 관리할 경우 쉽게 사멸하거나 유해균이 번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효모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체성과 교감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이 새로운 형태의 반려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려효모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일상 속 자기만의 루틴과 성취감을 찾으려는 청년들의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생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