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플랫폼을 유통 채널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웹툰, 드라마, 영화, 굿즈로 확장되는 산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플랫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창작·자본이 결합된 플랫폼에 국내 기업만을 겨냥한 규제를 적용하는 현행 정책은 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랫폼법정책학회·한국벤처창업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콘텐츠 플랫폼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며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날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 발제를 통해 콘텐츠 산업 구조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웹툰 하나가 드라마, 영화, 굿즈, 팬덤으로 확장되는 것은 단순 콘텐츠 유통이 아니라 산업의 수직 계열화이자 글로벌 전략"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K콘텐츠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 플랫폼은 단지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와 팬을 연결하고 기술과 자본이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축"이라며 "하나의 IP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제대로 펼치려면 플랫폼의 자율성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플랫폼 산업은 오히려 역차별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 체계를 그대로 들여와 국내 플랫폼까지 일괄 규제하는 구조"라며 "플랫폼 경쟁촉진법처럼 국내 기업에만 규제가 적용되면 결국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자사 우대' 이슈와 알고리즘 규제 논의도 언급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은 자사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음악 서비스를 끼워팔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국내 플랫폼에만 알고리즘 공개 의무와 같은 규제적 요구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애플 등은 자사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쿠팡 등 토종 플랫폼에만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고 시정명령까지 내려진 바 있는데 정작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서는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형평성 문제는 매우 큰 이슈"라고 비판했다. 또 국내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 교수는 "웹툰 플랫폼의 '기다리면 무료' 모델은 실제 매출을 11배 이상 끌어올린 검증된 방식"이라며 "이를 작가 보호 명분으로 제한하려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창작 생태계와 수익 구조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잠재력도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는 연간 3000억달러 매출을 내고 시가총액은 한국 GDP를 넘어선다"며 "지금 플랫폼은 국경을 넘어선 디지털 영토의 지배자이자 국가 경쟁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 자산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규제가 아닌 전략으로 산업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플랫폼 국가경제의 새로운 엔진: 산업 정책 제안' 세미나
출처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