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YouTube)'가 지난달 20년을 맞았다. 19초짜리 영상 하나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 20년 만에 무려 770조 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지닌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2005년에 설립된 유튜브라는 스타트업이 창업 1년 반 만에 구글에 16억 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매각되면서 시작됐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는 유튜브가 올해 디즈니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가장 큰 미디어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유튜브의 기업가치를 5500억 달러로 추정했다. 19년 전 구글이 인수할 때에 비해 33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말 유튜브는 지금까지 20조개가 넘는 영상이 업로드됐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작년에 54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597억 달러의 디즈니를 바짝 추격했다. TV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시간은 전체 시청 시간의 12%로 이미 디즈니, 폭스,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유튜브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들이 만든 회사다. 페이팔이 이베이에 매각되면서 회사를 함께 나온 채드 헐리, 스티브 첸과 자웨드 카림 3명은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하고, 2005년 유튜브닷컴(youtube.com) 도메인을 사들이며 유튜브를 공동 창업했다. '당신'을 뜻하는 'You'에 텔레비전을 가리키는 'Tube'를 결합해 모두가 시청자이자 제작자가 되게 하겠다는 정체성으로 시작한 것이다. 동영상을 간편하게 업로드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사실 초기 유튜브의 비즈니스모델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 유튜브가 구현하려 했던 모습은 동영상 버전의 'Hot or Not'이었다. 'Hot or Not'은 누군가가 자신의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1점에서 10점까지의 점수를 매기는 평가 사이트이다. 이를 동영상으로 구현하여 남녀 데이트를 연결시켜 주는 매칭 서비스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폭망'이었다. 사이트를 오픈했지만 이용자가 전혀 없었다. 급기야 여성 고객이 영상을 올리면 2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유인책까지 내놓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쓰디쓴 실패의 맛을 본 창업자 3인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한 '오답노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비즈니스모델을 '피벗(Pivot)'하기로 하고 '어떤 영상이든 유저가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영상이 업로드됐다. 창업자 중 한 명인 자웨드가 올린 '동물원에서(me at the zoo)'라는 19초짜리 아주 짧은 영상이다. 진짜 별게 없는 동영상이다. 제목처럼 동물원에 간 자웨드가 뒤편의 코끼리들을 힐끗 바라보며 "지금 코끼리 앞에 서 있는데, 코끼리 코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길다. 할 말은 이게 다다."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유튜브의 성지와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이 영상의 조회수는 4월 말 기준 무려 3억 6000만 회가 넘는다. '정말 누구나 아무거나 올릴 수 있다'는 유튜브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파일 전송만으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은 엄청난 혁신으로 평가되었다. 업로드 기술을 발전시킨 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다행히 비즈니스모델을 피벗한 후 유저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회사 설립 후 불과 6개월 만에 시코이어 캐피탈로부터 초기 스타트업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115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 받을 수 있었다. 그제야 유튜브는 공동 창업자인 채드의 차고에서 나와 정식 사무실을 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진짜 '지옥의 문'이 열렸다. 유저 수가 감소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너무 짧은 시간에 유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고, 조회수도 1억 건을 넘어서면서 모든 직원이 1주일에 100시간 이상을 일해도 업무는 심각한 과부하에 걸리고 대부분 번아웃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데이터와 서버 관리 문제였다. 엄청난 양의 서버는 물론 제대로 된 데이터센터가 시급해졌다. 더 이상 스타트업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금력과 기술력이 있으며 시너지가 날 것 같은 빅테크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제일 먼저 야후와 매각을 논의했다. 같은 미디어 분야였고,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곧 계약이 체결될 듯 보였다. 그러나 구글과 미팅을 한 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구글에 넘기기로 결정을 바꾼 것이다. 왜 구글을 선택했을까. 결정적인 것은 엔지니어 문화였다. 엔지니어는 구글에서 가장 환영받는 존재이며, 천재 엔지니어들이 즐비했다. 직원의 80%가 엔지니어였던 유튜브에게 이러한 조직문화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유튜브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며 돈 버는 얘기보다는 함께 그려갈 미래에 집중했다. 그러나 야후의 CEO 테리 시멜은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이었다. 유튜브를 인수한다면 언제쯤 수익이 나올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매각과 관련된 과정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첸이 쓴 '유튜브 이야기(원제: YouTube Story)'에 상세히 나와있다. '유튜브 이야기'는 유튜브 창업과 구글로의 매각 그리고 구글을 떠나 다시 창업의 길로 나서는 첸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하지 않았다면 돈을 더 많이 벌었을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회사를 팔고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모두가 행복하다고 했다. 주말까지 밤새워 일하면서 지쳤던 거다. 하지만 진짜 행복해하는 이유는 앞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돈보다는 일이 주는 행복감을 강조했다.
유튜브는 2006년 10월 16억 5000만 달러에 구글에 매각됐다. 창업자 3명은 총 7억 4000만 달러를 받았으며, 투자자와 직원들도 돈벼락을 맞았다. 시코이어 캐피털은 불과 1년 만에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올렸으며, 직원들도 모두 최소한 수십억 원의 보상을 받았다.
구글은 거액으로 유튜브를 인수한 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강력한 마케팅 전략과 플랫폼 강화, 다양한 기능 추가, 유튜버 지원 등으로 유튜브를 성공시켰다. 특히,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시청자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냈다. 구글로 인수된 유튜브는 4년 차부터 흑자로 전환됐으며,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스노우볼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은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던 유튜브에 광고 수익 일부를 콘텐츠 제공자에게 분배하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터넷에 영상을 올려 돈을 번다'는 개념을 처음 정립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 수는 2000만 개이며, 35억 개의 '좋아요'와 1억 개의 댓글이 달린다.
유튜브의 비즈니스모델은 크게 광고, 유튜브 프리미엄, 채널 멤버십, 스폰서십, 상품 판매,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수익 공유 모델이 핵심이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음악의 유료 구독자는 약 1억 700만에 달하며, 2027년 말까지 1억 4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TV는 2027년 말까지 약 115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튜브를 봐라. 공룡기업인 구글을 이겼다. 중요한 것은 도전이다. 다 준비해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너무 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한 번이라도 해봐라. 좀 틀리면 어때? 다시 도전하는 거지 뭐!" 스티브 첸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며 들려준 말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