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어 한국은 무엇일까? 이것을 읽을 수 있는 두 가지 창이 있다. 미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5.11) 보고서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미국인 대상 여론조사다(2025.9.2.~12일, 1181명 대상).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 특히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 문서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힘 있는 우방국들이 중국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경제 왜곡에 함께 대응하자는 문구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설명하는 곳에서도 한국이 나온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제일도련선에서 한국이 더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 핵심이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이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졌으니, 미국과 함께 중국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를 조금 더 명확히 알려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중국에 대한 언급이 많다. 과거처럼 중국을 주적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이 보고서는 우선, 지난 30년에 걸쳐 과거 미국 정부가 중국을 잘못 다루어 왔다는 반성부터 한다. 중국에게 미국시장을 개방하고, 미국기업의 중국투자를 허용하며, 중국을 미국의 전담수입국으로 만들어 주면 중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미국에 협력하는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는 기대가 오판이었다고 회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호의를 이용해 부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이제는 이를 이용해 미국을 넘어뜨리려 한다는 불만이 표출되어 있다.
보고서는 암묵적으로 중국을 비규범적 국가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주도 보조금으로 산업전략을 펴고 약탈행위를 하는 나라, 불공정 무역에 몰두하는 나라,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는 나라, 대규모 특허탈취와 산업 스파이 행위를 하는 나라, 희토류 등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 펜타닐 등 마약을 미국에 판매하는 나라, 악의적 선전과 선동으로 미국문화를 파괴하는 나라로 중국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경계할 것이라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멈추고 미국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남태평양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한국도 군사적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이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재차 강조되었다.
이 보고서를 보다 보면 트럼프 정부의 과거 행적이 이해된다. 한국은 특이하게도 트럼프 정부 때 숙원 사업들이 풀렸다. 트럼프 1기 시절(2017년) 미 정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한국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풀어주었다. 이로써 한국은 미사일 주권 회복과 동시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서자 한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2025.10.30).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찍 감치부터 한국군의 전력 강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가 미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면 한미경제연구소 보고서는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미국인의 답변이 있다. 한국에 대한 관세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극소수였다. 대신 현 수준 유지(33.09%)와 내려야 함(32.71%)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중국에 대해서는 더 올려야 함(25.85%)과 현 수준 유지(24.63%)가 내려야 함(32.17%) 의견보다 높았다. 미국인들이 중국보다 한국에 더 우호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한국 정책을 얼마나 수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도 있었다. 2024년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는 48.5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5년의 트럼프 정부의 대한국 정책에 대해서는 33.4%만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하였다.
“한국과의 관계강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70%가 긍정적이었다. 중국과의 관계강화에 대해서는 47%만이 긍정적이었다. 한국의 미군기지 장기 유지 필요성에 대해서 6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2018년(74%)과 2022년(72%)보다 낮아졌지만, 2023년과 2024년에 비해서는 높아졌다. “한국문화가 미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 “매우 그렇다” 20%, “상당히 그렇다” 40%로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았다. “한국문화의 어떤 것에 관심이 높은가”라는 질문에는 음식이 40%를 넘었다. K-팝, 영화, 뷰티제품에 대해서는 20%대의 관심도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매우 유의미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두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은 미국 정부와 미국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한국을 글로벌 수준에서 매우 힘 있고 영향력 있는 나라로 평가하였다. 한국이 이런 나라가 되었으니 이제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한미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밝다. 전쟁으로 가난했던 나라의 이미지나 북한과 대립하면서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이미지는 사라졌다. 한국문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한국 음식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2026년 새해가 왔다. 2025년은 한국에게 힘든 한해였지만 의미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변화가 가장 크다. 처음에는 한국을 자신들의 부를 약탈하는 나라로 보았다. 조지아주 사태 이후 미국을 돕는 조력국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제는 미국의 부흥을 도와줄 핵심 파트너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을 미국의 황금함대를 일으킬 최적의 국가로 지칭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미국인도 한국을 좋아한다. 2026년의 한국에 좋은 신호다. 한미간의 우호가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
출처 : 뉴스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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