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페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을 무료로 주지 못하게 하고, 컵값을 음료값과 분리해 받는 ‘컵 따로 계산제(가칭)’ 도입을 추진한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가격 신호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2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컵 따로 계산’ 방식으로 개편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김성환 장관은 컵 가격을 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생산원가를 반영한 ‘최소 가격’을 정부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거론되는 컵값 범위는 100~200원 수준이다. 개인 컵을 가져오면 그만큼 할인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정부 구상은 기존 보증금제가 “반납·회수 부담”과 “기기 설치 비용” 등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정책브리핑 질의응답에서는 보증금제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원하는 지자체가 조례로 계속 시행할 수 있게 열어두는 한편, 그 외 지역은 ‘유상 판매(무상 제공 금지)’로 전환하는 방향이 설명됐다. 음료 5,000원에 컵값이 내재돼 있던 구조를 바꿔, 영수증에 컵 가격을 별도로 표시하겠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카페 업계는 “결국 소비자가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프랜차이즈별 컵 공급단가와 물류·인건비 구조가 달라 동일 제품이라도 ‘컵값’이 달라질 수 있고, 계산 과정이 길어지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 논쟁도 이어진다. ‘컵값’을 분리해도 소비자가 편의성을 이유로 일회용 컵을 계속 선택하면 플라스틱 감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부과만으로는 감량 폭이 작고, 다회용 컵 대여·회수 같은 재사용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책 절차도 변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공개하고 공론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행 시점은 소상공인단체·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보도에서는 2026년 관련 법 개정 뒤 2027년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장 혼선과 ‘체감 물가’ 논란을 줄이려면 보완책이 먼저라는 지적이 많다. 첫째, 컵 최소가격 산정 근거를 공개해 업장별 가격 차이를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좁혀야 한다. 둘째, 텀블러 할인·탄소중립포인트 같은 인센티브를 매장 규모와 무관하게 자동 적용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다회용 컵 회수·세척 거점과 보조금을 함께 설계해 ‘유상화가 곧 매장 수익’이라는 불신을 차단해야 한다. 가격 신호만 남기고 회수·재사용 체계를 놓치면 정책은 또 “탁상행정”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