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일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와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제도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시행한다. 지난해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된 생활폐기물은 총 51만6,776톤에 달한다. 경기도가 23만5,403톤(45.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가 20만8,444톤(40.3%), 인천시가 7만2,929톤(14.1%)을 차지했다.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에는 그간 수도권매립지가 담당해온 생활폐기물 대부분을 경기·인천·충청권의 민간 소각장과 재활용업체가 처리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 3개 시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국환경공단과 합동으로 이달부터 ‘직매립금지 제도 이행관리 상황반’을 구성해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연말까지는 기초지자체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며, 내년 1월부터는 폐기물 처리 현황을 면밀히 감시하여 적체되거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관리할 예정이다.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경기도는 대부분의 시·군이 민간소각장에 생활폐기물을 위탁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 중이며, 공공소각장의 신·증설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생활폐기물 감축 정책과 공공 소각시설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는 소각시설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한편 생활폐기물 감량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공공소각장의 후보지가 확정되더라도 실제 시설 완공까지는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공공소각과 재활용을 제외한 잔재물은 민간소각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장거리 운반비까지 고려하면 지자체의 위탁처리 비용 부담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충청권 환경단체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을 지역 내 민간소각장에서 처리할 경우, 수익은 민간업체에 돌아가고 환경오염의 부담은 지역주민이 떠안게 될 것”을 우려하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관내 민간소각장에서 타 지자체 생활폐기물 처리량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반입협력금 부과 범위를 민간소각장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3개 시도가 중장기 생활폐기물 처리대책의 핵심을 ‘공공소각장 신설’에 두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필자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 금지가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침 2025년 10월 1일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도 시행된다. 이 법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며, 발생한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제 우리는 생산–사용–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를 넘어, 제품과 자원의 순환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해야 한다.
피터 레이시와 제이콥 뤼비스트는 저서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에서 폐기물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소비 후 영원히 사라지는 것으로 취급되는 ‘버려진 자원’, △사용 가능함에도 조기 폐기되는 ‘버려진 라이프사이클 제품’, △대부분의 시간을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버려진 역량’, △재사용 가능한 부품과 소재가 회수되지 못해 사라지는 ‘버려진 내재가치’가 그것이다. 이 개념은 폐기물 속에 여전히 활용 가능한 가치가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엑센츄어는 순환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다섯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첫째,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비용 절감과 환경부하를 동시에 줄이는 모델. 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산의 공동이용을 촉진하고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모델. 셋째, 사용 중심의 소비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업과 소비자가 장기적인 서비스 관계를 형성하는 모델. 넷째, 제품과 부품의 내구성과 수명을 극대화하여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 다섯째, 수명이 다한 제품을 신속히 재활용해 원자재를 제조 단계로 되돌리는 모델이다. 이러한 순환경제 모델은 단순한 폐기물 관리 방안이 아니라,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정부·기업·소비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와 지원을 조화롭게 설계해 전환을 뒷받침하고, 기업은 순환경제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구매자이자 사용자, 그리고 배출자로서 책임 있는 소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가 단기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을 넘어, 중장기적인 순환경제 전략을 함께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다. 이번 제도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순환경제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의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