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의 출구 전략을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0.75%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번 인상은 우에다 가즈오 총재 체제에서 이어지는 ‘정상화’ 흐름의 연장선이다. BOJ는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완만한 선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Reuters는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BOJ의 판단 근거로는 2% 물가 목표를 웃도는 상승세가 꼽힌다. 일본의 물가 상승은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에너지·식료품 가격 부담이 크게 작용해 왔다. 11월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거론된다.

다만 정책 효과를 둘러싼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금리 인상=엔화 강세’라는 단순 공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작동할지는 불투명하다. Reuters는 금리 인상에도 엔화가 뚜렷하게 강해지지 못하고 약세 구간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을 전했다. 미·일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크고,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일본 자산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의 긴장도 만만치 않다. 일본 국채금리는 이미 인상 기대를 선반영하며 상승 압력을 받아 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년물 일본 국채금리가 장중 1.981%로 치솟아 18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이 ‘물가 억제’라는 목표를 향하더라도,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에는 조달비용 상승이 곧바로 부담으로 돌아간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파급도 경계 대상이다. 일본의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리면, 위험자산 전반의 포지션 조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AP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캐리 트레이드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짚었다.

정책적으로 남는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BOJ가 이번 인상으로도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돌려세울 수 있느냐는 점이다. 물가가 2%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명목금리 0.75%는 여전히 ‘마이너스 실질금리’에 가깝다. 둘째, 인플레이션의 성격이다. 엔저·수입물가발(發) 물가가 주도한 국면에서 금리만 올려도 생활비 압박이 완화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금리 인상은 환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흔들 수 있지만, 동시에 내수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하강을 키울 수 있다.

BOJ가 선택할 현실적 대안은 ‘속도 조절’과 ‘정책 조합’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다음 회의까지는 임금 협상과 민간 소비, 환율 흐름을 더 촘촘히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대면서도 재정지출을 빚으로 확대하는 모순을 줄여야 한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재정이 흔들리면 국채금리 급등과 금융 불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결국 이번 25bp 인상은 ‘정상화의 진전’인 동시에 ‘부작용의 시작’이 될 수 있다. BOJ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지, 엔저를 억제하면서도 경기의 급랭을 피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앞으로의 속도와 조건을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하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