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들
“하루 만에 쌓이는 쓰레기가 이 정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길거리 풍경. 그중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분리배출도 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이는 인파가 밀접한 대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이 불러오는 각종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제품 생산과 소비는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심지어 향후 10년 안에 이같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2배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른바 온 지구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뒤덮이고 있는 상황. 생산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영리재단 퓨 자선신탁이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등과 함께 발간한 ‘플라스틱 파도 부수기 2025(Breaking the Plastic Wave 2025)’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와, 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총 1억3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인당 16kg에 달하는 수준. 심지어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처리 없이 바다나 강, 토양으로 흘러 들어가 오염을 유발하는 양만 추산한 수치다. 하지만 이 또한 과거의 통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최대 2억8000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10~15년 만에 두 배 이상 오염물질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제대로 된 재활용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분석에 따르면 생산된 플라스틱 중 약 60%가 쓰레기가 된다. 이미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며 오염이 급증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가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원료 생산은 약 5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충당할 폐기물 관리 용량은 2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수거되지 않는 폐기물이 현재 19%에서 34%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에서도 예상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한 부문은 ‘섬유’. 인구 증가와 함께 패스트패션의 소비가 늘어나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합성섬유 생산이 최대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식품·음료 등에 사용되는 포장재 플라스틱도 5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쓰레기로 세상이 뒤덮일 위기. 하지만 보고서는 정책을 통한 생산·사용 감축 등 제도개혁으로 되레 플라스틱 오염을 최대 83%가량 줄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강경한 정책을 통해 1억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2200만톤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플라스틱 관련 제품 생산에 대한 보조금 축소, 생산 상한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등 정책이 거론된다. 아울러 플라스틱 제품 재사용 확대와 대체 소재 개발 등을 통해서도 상당량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하지만 이는 극적인 수준의 정책 개혁이 나타났을 때의 얘기. 현재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 중인 각종 플라스틱 감축 정책이 그대로 이행됐을 경우, 플라스틱 오염은 2040년까지 38%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수준의 정책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해서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생산자 규제’가 필요하다. 기업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규제를 가해,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석유화합물질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
지난 8월 4일 스위스 제네바 INC-5.2를 앞두고 전 세계 수백 명의 시민과 시민사회 단체
관련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대표적인 예. 약 180개국 대표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타결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국가 산업과 연관된 산유국의 반대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부산에 이어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속개회의가 열린 바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반대 의사를 타진하며, 별다른 합의 없이 협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대로 플라스틱 오염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 각국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인 공동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린 사이먼(Erin Simon) WWF 플라스틱 폐기물 담당 부사장은 성명서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적극 참여했던 대다수 국가가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사람들의 생명과 지구를 보호하는 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출처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