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프 에어로노틱스의 모델A

도로를 달리다 막히는 구간에서 수직으로 이륙해 ‘하늘길’로 우회한다는 비행차가 시제품 단계를 넘어 생산 공정에 들어갔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Alef Aeronautics)는 도로 주행과 전기 수직이착륙(eVTOL)을 결합한 ‘모델 A(Model A) 울트라라이트’의 제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항공·자동차 규제의 경계에 선 제품 특성상, ‘세계 최초 양산 비행차’라는 수식이 시장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안전 검증과 인증, 운용 인프라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알레프가 공개한 계획의 핵심은 ‘제한적 생산→통제된 실사용 테스트→확대’ 흐름이다. 회사는 캘리포니아 내 제조 시설에서 초기 물량을 수작업 중심으로 조립하고, 소수의 초기 고객에게 우선 인도해 통제된 환경에서 테스트하겠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매체들도 “첫 고객 인도용 기체 제작이 시작됐고 초기형은 제작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알레프가 주장하는 ‘차별점’은 도로에서 일반 차량처럼 주행하다 필요 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모델 A는 도로 주행 모드에서 차선과 주차 규격을 맞추고, 비행 모드로 전환하면 분산 추진(다수 로터) 방식으로 수직이착륙한다. 다만 도로에서는 미국 저속차(LSV) 범주로 분류돼 많은 주에서 법정 속도와 주행 구간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을 회사가 직접 명시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비행이 곧 상용화 허가’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레프는 2023년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특별감항증명(Special Airworthiness Certificate)’을 받았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연구·개발과 시험, 규정 준수 입증 등 제한된 목적과 구역에서의 운용을 전제로 한 제도다. 다시 말해 대중이 일상적으로 탑승해 도심 상공을 오가는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

안전과 책임 소재도 쟁점이다. 수직이착륙 기체는 고장 시 여유도가 작은 만큼 추진계통 중복 설계, 비상착륙 절차, 배터리 화재 대응 등 항공 수준의 안전 체계가 요구된다. 반면 도로에서는 충돌 안전, 보행자 보호, 보험·면허 체계 등 자동차 규범이 작동한다. 두 규범이 만나는 지점에서 “어떤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적용할지”가 불명확하면 사고 위험뿐 아니라 상용화 비용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SME+2New Atlas+2

현실적 대안은 ‘기술 홍보’보다 ‘검증 설계’에 있다. 업계에서는 첫째, 시험비행 데이터와 안전 성능을 외부 검증 가능한 형태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둘째, 저속차 규격에 기대는 방식에서 나아가 도로·항공 양쪽에서 통용될 최소 안전 기준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셋째, 조종·정비·운항 교육과 보험 체계를 제품 판매와 묶어 표준 패키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행차가 진짜 교통수단이 되려면 “날 수 있다”는 영상보다 “안전하게 운용된다”는 제도와 신뢰가 먼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