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폐자재를 실은 철거업체 트럭들이 서울 개화동 천일에너지 강서허브 입구에 줄을 서 있다.

18일 서울 개화동 천일에너지 강서허브. 올림픽대로가 끝나는 행주대교 인근에 있는 이곳은 서울 최대 규모 공사장 생활폐기물 집하장이다. 오후가 되자 철거 폐기물을 가득 실은 1~2.5t 트럭들이 3분에 한 대꼴로 길이 80m 진입로에 들어섰다. 트럭에는 철거 현장에서 나온 의자, 소파 쿠션, 매트리스 등이 실려 있었다. 트럭들은 2600㎡ 규모 실내 집하장으로 이동해 폐기물을 쏟아냈다.

불황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면서 서울 곳곳에서 철거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폐기물이 집하장으로 몰리면서 처리 업체 등은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천일에너지가 운영하는 전국 7개 공사장 생활폐기물 집하장에 지난 3분기 들어온 폐기물 운반 차량은 97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대수는 2만6562대로 지난해 전체 입고 대수(2만9729대)에 육박했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5t 미만 폐기물을 말한다. 소규모 카페와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하면서 철거 과정에서 배출하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이런 집하장이 서울에만 19곳 있다.

집하장 운영 업체는 폐기물 반입량이 급증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트럭이 폐기물을 내려놓을 때는 반입비를 받고, 폐기물을 재활용업체나 중간처리시설에 넘길 때 다시 이익을 남긴다. 1t 트럭 한 대의 반입비는 15만~25만원 수준이다. 대표적 폐자재인 목재는 우드 펠릿으로 재활용 처리된 뒤 t당 5만~8만원에 팔린다.

호황을 누리는 폐기물 관련 업종의 이면에는 불경기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폐업 신고 사업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황과 고금리, 고물가가 겹치면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가장 먼저 소매업종에 미치면서 올해도 문을 닫는 가게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7~9월 폐업한 17만9000개 사업자 가운데 소매업이 4만9000개(2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철거 수요가 늘면서 철거업체 창업이 잇따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철거 견적을 내준다고 홍보하는 철거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폐업 지원금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점포 철거 관련 지원 예산을 1795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예산(633억원) 대비 183.3% 증가했다. 건당 점포 철거비 지원 한도는 지난해 250만원에서 올해 6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창업한 철거업체 대표 유모씨는 “하루에 적어도 10통 정도 철거 문의 전화를 받는다”며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자 폐업을 고민하던 자영업자가 문을 닫기로 결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