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니클로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패션그룹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이 올해 매출 3.4조엔, 영업이익 5,640억엔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수치가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 케링(Kering)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명품 브랜드를 가성비 브랜드가 추월했다”는 문장이 신문 헤드라인에 등장할 정도로, 패션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일본 국내 매출이 1조엔을 돌파했고, 북미·유럽·한국·동남아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반면 중국에서는 소비 둔화로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성비의 역습’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유니클로의 상승세가 확고하다. 단순히 옷이 잘 팔리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왜 유니클로가 지금 잘 되고 있는가?

1. ‘기능성과 기본’으로 회귀한 소비자 감성

유니클로의 상품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브랜드를 과시하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으며, 품질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다. 일상의 편안함, 세탁의 용이함, 소재의 실용성 같은 ‘생활 속 기능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좋은 기본’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니클로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한여름에도 입는 에어리즘(AIRism), 가볍지만 따뜻한 울트라라이트다운 등은 ‘패션보다 기술’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2. ‘글로벌 보편성’이라는 새로운 경쟁력

유니클로는 특정 지역의 취향보다 보편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동일한 제품이 도쿄, 파리, 서울, 뉴욕 매장에서 함께 팔린다. 패션의 ‘로컬 감성’보다 ‘글로벌 실용성’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약세 엔화가 더해지면서 해외 매출 환산이 유리했고, 북미·유럽·동남아 시장에서 매장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한마디로 ‘어디서나 통하는 옷’을 만드는 전략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3. ‘합리적 소비’를 이끄는 세대 변화

최근 소비의 주축은 ‘과시보다 실용’을 택하는 세대다. 이들은 브랜드 로고보다 자신의 생활 맥락에 맞는 옷을 선택한다. SNS에 화려하게 드러내기보다, 일상에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한다. 유니클로의 고객층이 전 연령대로 확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싼 옷’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믿을 만한 품질’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즉, 유니클로는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니라 합리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결론 — 새로운 소비자의 언어를 말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 소비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하고, 그 가치의 기준이 가격 대비 효용과 지속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다른 소비재 산업들도 이 변화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화장품·가전·식품 등에서도 소비자는 이제 ‘얼마나 비싼가’보다 ‘나에게 맞는 기능과 가격인가’를 먼저 따진다. 시장 진입 전략 역시 화려한 마케팅보다, 제품의 기본기·신뢰성·보편적 품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유니클로의 성공은 새로운 소비자 세대의 정직한 거울이다. 그들은 더 이상 브랜드 로고에 열광하지 않는다. 대신 합리적 가격 속에서 ‘나다운 선택’을 한다. 가성비는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라, 세대의 가치관이자 문화적 언어가 된 것이다.

패션 시장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머지않아 다른 산업으로 번질 것이다.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당신의 브랜드는, 이 새로운 소비자의 언어를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료 출처: Reuters, Korea JoongAng Daily, Fast Retailing IR Summary, 202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