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인, '입는 로봇'으로 다시 걷다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걸어가 물건을 집어 다시 돌아오거나, 의자 사이의 좁은 틈을 통과하는 동작은 일반인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게는 평생의 꿈에 가까운 일이다. 김승환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착용형로봇연구실 연구원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2018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그는 지난해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로봇의 도움으로 다시 걸었다.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이 로봇·의수·의족 등 생체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다양한 일상 동작 미션을 수행하며 경쟁하는 국제대회로, 4년마다 열린다.
김승환 연구원이 착용한 로봇은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5년부터 개발해온 '워크온슈트'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F1이다. 공경철 교수에 따르면 워크온슈트 F1은 완전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결정체다. 단순한 보조를 넘어 자율 착용과 독립 보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워크온슈트 F1은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다가와 착용되는 세계 최초의 착용형 로봇이다. 일상에서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을 착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승환 연구원은 이 로봇을 착용하고 자율보행 미션을 완주해, 사이배슬론 착용형 로봇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로봇 개발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나는 공학도가 아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식음료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의학 기술로는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신 과학에서 가능성을 찾기로 했다. 2023년 착용형 로봇연구팀에 합류했다."
로봇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로봇이 몸에 닿는 부위, 즉 착용부 개발에 참여했다. 실제로 로봇을 착용해 감각과 움직임을 체험하며 위험성과 불편성을 평가해 관련 센서 개발에 참여했다. 또 단순한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착용자의 심리적 안전성도 함께 분석해 연구팀의 기술 개발에 반영했다."
실제 로봇은 어떻게 완성됐나.
"처음에는 개념 수준이었지만 1년6개월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다. 사람에게 다가와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로봇을 짧은 시간에 만든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일반 가정에서 많은 장애인이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정책적·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
출처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