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돕는가.
이 논쟁은 너무 오래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 중앙선데이가 전한 ‘네오블루칼라’의 등장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답변이다.
■ AI를 걱정만 하는 사회, 그러나 이미 답은 현장에 있다
요즘 세대의 젊은 기능인들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동안에도 묵묵히 ‘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AI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AI를 다루는 손의 감각, 기계가 미처 읽지 못하는 현장의 맥락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다.
기계가 아무리 빠르게 학습하더라도, 인간의 손끝에 담긴 즉흥적 판단과 미세한 감각은 여전히 대체되지 않는다. 용접, 반도체, 조립, 정밀설계, 그리고 헤어·푸드테크 같은 영역까지, ‘손의 기술’은 여전히 세상의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다.
그런 점에서 AI를 걱정만 하는 어른들보다, AI를 ‘현장 도구’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시선이 훨씬 앞서 있다. 그들은 AI가 무섭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럼 우리는 그 위에서 무엇을 만들까?”를 묻는다.
■ 지식의 시대에서 감각의 시대로
우리는 지난 세기 동안 ‘머리로 하는 일’을 높게 평가해왔다. 사무직, 분석, 전략, 컨설팅 같은 일들이 ‘화이트칼라’의 상징이었다. 반면 손으로 일하는 블루칼라는 하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역전의 조짐이 나타난다.
AI가 백과사전처럼 지식을 쏟아내는 세상에서, 오히려 감각과 판단력, 손의 숙련도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오블루칼라 세대는 바로 이 변화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코딩을 배우면서도 납땜을 하고, 3D모델링을 익히면서도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 컴퓨터 속 지식은 AI가 따라잡지만, 컴퓨터 밖의 기술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흥미로운 사례 하나.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주요 생산기지로 선택할 때, ‘젓가락 문화’가 고려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손끝으로 섬세한 움직임을 익힌 문화적 습관이, 정밀 전자조립의 생산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짧은 일화는 인간의 신체적 감각이 얼마나 깊이 기술문명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손의 지성(embodied intelligence) — 바로 이것이 AI 시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힘이다.
■ ‘손의 기술’은 결코 과거가 아니다
AI와 로봇이 공정을 자동화하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자동화의 완성은 언제나 인간의 손에서 마무리된다.
AI가 설계도를 그려도, 실제 구조물을 맞물리는 각도와 재질의 미묘한 차이는 사람의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더 중요한 건, 이 손기술이 단순 노동이 아니라 창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로봇공학, 스마트 팩토리, 그리고 하이테크 수공예 산업까지 — 새로운 세대는 손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창조’한다.
그들은 머리로만 배우지 않는다. 손을 움직이면서 세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진화된 형태다.
■ 이제 필요한 것은 ‘존중’과 ‘연결’
문제는 사회가 이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아직도 우리는 대학 졸업장과 ‘정장 입는 직업’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젊은 기술인들은 이미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기술의 깊이와 감각의 정밀함이 곧 자존감이다.
이제 사회는 그들을 단순한 ‘노동자’로 보아서는 안 된다.
AI시대를 견인하는 현장의 파트너, 혹은 디지털 시대의 장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이 흐름을 읽고, 숙련기술자들이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결론: AI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에게 박수를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 마느냐는 논쟁은 곧 구시대의 언어가 될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AI와 함께 무엇을 창조하느냐”다.
그리고 지금, 그 답을 손으로 보여주는 세대가 있다.
그들이 바로 네오블루칼라다.
AI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필요하다. 다만 그 인간은 머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머리와 손, 생각과 감각, 알고리즘과 인간성의 경계 위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
그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AI가 세상을 계산한다면, 인간은 세상을 ‘조율’한다.
그리고 그 조율의 손끝에서, 인류의 다음 장이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