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개발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현재로선 IPF의 진행을 근원적으로 막을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대웅제약, 나이벡,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이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IPF 치료제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IPF는 지난 4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가 임상 2상에 실패해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된 희소질환이다. 폐 조직이 점차 섬유화되며 점점 딱딱해지고, 그로 인해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호흡이 어려워지는 증상을 보인다. 병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데다 진행을 차단하는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다.

대웅제약은 IPF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으로 한·미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폐 섬유화를 차단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미국 흉부학회’에서 임상 2상 설계와 환자 등록 현황에 대한 중간 분석 포스터를 발표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목표 102명 중 79명의 환자가 등록을 완료했다. 이 중 70%는 기존 치료제인 닌테다닙 또는 피르페니돈 등의 항섬유화제와 병용 중이고, 30%는 단독 투여로 참여하고 있다. 기존 IPF 임상이 주로 백인 위주였던 것과 달리, 등록 환자 중 47명이 아시아인으로 인종별 반응 비교도 가능할 전망이다.

나이벡도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 ‘NP-201’을 앞세워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나이벡은 최근 미국 소재 한 바이오기업과 최대 4억3500만 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현재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NP-201은 펩타이드 기반 섬유증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와 달리 새로운 기전으로 손상된 조직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브릿지바이오는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 실패 후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IPF 신약 개발의 길이 녹록지 않은 만큼 치료제가 등장할 경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IPF 치료제 시장 성장세는 연평균 5.6%로, 오는 2030년에는 약 9조원(6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희소질환 중 진료 인원이 가장 많아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도 크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