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화학과의 김현우(왼쪽부터) 교수, 김동훈·최경선 석박통합과정생 [KAIST 제공]

임산부의 입덧 완화 목적으로 사용됐던 약물인 탈리도마이드는 생체 내에서는 광학 이성질체(비대칭 구조 분자 쌍)의 특성으로 한쪽 이성질체는 진정 효과를 나타내지만, 다른 쪽은 기형 유발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신약 개발에서는 원하는 광학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정밀 유기합성 기술이 중요하지만 여러 반응물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은 난제로 남아왔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21종의 반응물을 동시에 정밀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하는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기여가 기대된다.

KAIST는 김현우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반 자율합성 시대에 적합한 혁신적인 광학이성질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다수의 반응물을 동시에 투입해 진행하는 비대칭 촉매 반응을 고해상도 불소 핵자기공명분광기를 활용해 정밀 분석한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현재 자율합성 시스템은 반응 설계부터 수행까지는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반응 결과 분석은 전통적 장비를 활용한 개별 처리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속도 저하와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고속 반복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또 1990년대에 제안된 다기질 동시 스크리닝 기법은 반응 분석의 효율을 극대화할 전략으로 주목받았지만, 기존 크로마토그래피 기반 분석법의 한계로 인해 적용 가능한 기질 수가 제한적이었다. 특히 원하는 광학 이성질체만 선택하여 합성하는 비대칭 합성 반응에서는 10종 이상의 기질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수의 반응물을 하나의 반응 용기에 투입하여 동시에 비대칭 촉매 반응을 수행한 뒤 불소 작용기를 생성물에 도입, 자체 개발한 카이랄 코발트 시약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모든 광학 이성질체를 명확하게 정량 분석할 수 있는 불소 핵자기공명분광기 기반 다기질 동시 스크리닝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핵자기공명분광기의 우수한 분해능과 민감도를 활용해, 21종 기질의 비대칭 합성 반응을 단일 반응 용기에서 동시에 수행하고 생성물의 수율과 광학 이성질체 비율을 별도의 분리 과정 없이 정량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여러 기질을 한 반응기에 넣고 비대칭 합성 반응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생성물 전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지금까지 풀기 어려운 과제였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다기질 스크리닝 분석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AI 기반 자율합성 플랫폼의 분석 역량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온라인판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