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김영석 HS기능성소재사업실장(오른쪽)이 26일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서울대학교 김종성 블루카본사업단장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가전 명가’ LG전자가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접 참여는 아니고,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과 협업하는 형태다. 해조류와 미세조류에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해 ‘바다 숲’을 장기적으로 회복시켜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게 목표다. 이번 사업을 토대로 회사의 기업간거래(B2B) 역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7일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과 ‘블루카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술 교류’ 업무협약을 26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블루카본은 해양 및 연안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다. 육상 생태계 대비 탄소 흡수 속도가 빠르고 탄소 저장 능력도 큰 것으로 알려져 지구 온난화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기구 IPCC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포함한 글로벌 블루카본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966조원 규모다. 2030년까지 연평균 약 41%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전자가 6년 이상 개발을 통해 완성한 구(球) 형태의 마린 글라스. 사진 | LG 전자

블루카본 사업의 핵심은 오염과 남획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양 생태계를 제자리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LG전자는 ‘양질의 영양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6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한 ‘마린 글라스’가 핵심 기술이다. 마린 글라스는 수용성 유리 파우더다. 광파오븐 등의 세척에 활용하던 소재에서 착안해 개발한 LG전자의 고유 기술이다. 소금이 물에 녹는 것처럼 마린 글라스를 물에 넣으면 미네랄 이온으로 변한다. 6년 이상 연구 개발을 통해 마린 글라스가 일정한 양과 속도로 녹도록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LG전자가 6년 이상 개발을 통해 완성한 칩 형태의 마린 글라스. 사진 | LG 전자

물에 녹은 마린 글라스는 해조류와 미세조류의 영양분이 된다. 농사를 지을 때 비료를 뿌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해조류와 미세조류가 양질의 영양분을 흡수하면, 바다 숲이 회복된다. 해양 생태계 복원의 핵심 키워드일뿐만 아니라 탄소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LG전자가 개발한 마린 글라스는 용해 속도를 설정할 수 있고, 미네랄 종류와 양, 제품 형태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유속이 빠른 바다에서도 미네랄 성분이 쉽게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고 무거운 구(球) 형태나 납작한 칩 형태로 만들면, 일정 범위 안에서 빽빽한 바다 숲은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활용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LG전자 연구원이 마린 글라스가 담긴 실험용 잔을 들고 있다. 사진 | LG전자

다른 산업군과 협업하면, 신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코스메틱 등에서 각광받는 미세조류는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발전기 원료로 쓰는 바이오매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이니, 어떻게 접목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국가 기간산업의 주요 물자로 확장할 수도 있다.

인체 안정성 검사도 마쳤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고시(해양환경 건강보호 기준, 김 양식장 활성처리제 사용기준에 관한 고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산어패류에 대한 국내외 중금속 허용기준 등에 충족하는 것으로 검증을 마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키친솔루션사업부장 백승태 부사장은 “마린 글라스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새로운 기능성 유리 소재를 지속 개발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특허를 출원한 다양한 유리파우더. 사진 | LG 전자

실제로 LG전자는 신소재 사업을 새로운 B2B 사업 영역의 하나로 보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420건의 유리 파우더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는 연간 4500톤 규모의 생산 설비도 갖췄다. 또 2023년부터 항균 기능성 소재 ‘퓨로텍’ 판매를 시작해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올 들어 대서양 연어 양식장의 운반, 처리, 포장 과정에서 퓨로텍을 적용해 식품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출처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