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기술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측정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저탄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열쇠로 부상하는 것이 바로 Agentic AI—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실행 경로를 최적화하는 ‘의지적 인공지능’-이다.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난제를 풀기 위해, 이제 우리는 AI와 손을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탄소 감축, 고도화된 의사결정의 문제

탄소배출 감축은 단순히 전구를 LED로 바꾸거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수준의 과제가 아니다. 기업과 도시, 국가 단위의 배출 감축은 수많은 변수와 선택지 속에서 실시간 최적화를 요구한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요소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 스코프별(1, 2, 3) 배출량 통합 관리

- 시간대별, 지역별 에너지 믹스 최적화

- 공급망 전반의 탄소 데이터 동기화 및 예측

이러한 고차원의 문제를 인간의 한정된 계산 능력으로 대응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여기서 Agentic AI가 등장한다. 목표 설정부터 수단의 학습, 실행의 조율까지 가능한 ‘자율 의사결정형 AI’는 탄소중립 시대의 결정적 기술로 부상 중이다.

Agentic AI란 무엇인가?

“지시받는 AI”에서 “목표지향적 AI”로의 진화

기존의 AI는 특정 조건에서 최적화된 답변을 도출하는 ‘수동적 도구’였다. 하지만 Agentic AI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Agentic AI는 단순한 데이터 도출을 넘어, ‘탄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 실제로 행동하는 AI다.

저탄소 달성을 위한 Agentic AI의 작동 메커니즘

Agentic AI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실질적인 저탄소 성과를 이끈다.

1단계: 탄소 데이터의 수집 및 정규화

전력 소비, 생산 공정, 운송, 원재료 채굴, 폐기 등에서 발생하는 스코프1~3 탄소배출량을 실시간 수집. AI는 데이터를 ‘행동 가능성 있는 단위’로 정규화함

2단계: 감축 목표의 다중 설정

단기(3개월), 중기(1년), 장기(5~10년)의 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ESG 전략, 규제 대응, 비용 최소화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

3단계: 경로 생성 및 선택

배출 감축을 위한 수십 가지 전략(예: 에너지 소스 전환, 공급망 조정, 제품 설계 변경 등)을 시뮬레이션하고, 비용-효과-시간 축에서 최적 경로 제안

4단계: 실행 및 상황 반응

실제 공정 변경, 조달 프로세스 재편 등 구체 실행을 조율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실행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

5단계: 결과의 학습과 전략 재정의

감축 결과 데이터를 학습하여 향후 전략에 반영하고, 예측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임

산업별 적용 사례

제조 산업: ‘스마트 팩토리의 탄소 버전’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사는 Agentic AI를 통해 공장 내 17개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을 통합 조정한 결과, 연간 13%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비용도 8% 절감

물류 및 유통: 탄소 효율적 물류망 설계

아시아 기반 글로벌 유통기업은 AI를 활용해 물류 허브와 경로를 재설계한 결과, 총 이동 거리를 22% 단축하고 물류 탄소배출량을 18% 감축

건축 및 부동산: 친환경 시뮬레이션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신규 도시개발지구에서는 Agentic AI가 자재 선택, 냉난방 시스템 설계, 교통 흐름까지 최적화하여 건설단계에서 약 30%의 CO₂ 감축을 실현

탄소중립 정책과 Agentic AI의 접점

정부 및 국제기구는 Agentic AI를 활용한 감축 메커니즘을 향후 정책 도구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EU: “AI for Green Deal” 프레임워크 내에서 탄소배출 대응 AI 기술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지정

· UNEP: 2024년 보고서에서 ‘자율적 환경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Agentic AI를 지목

·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의 실행 도구로 ‘디지털 탄소관리 시스템’에 AI 통합을 본격 추진

Agentic AI는 향후 ‘기업 ESG 평가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도 높으며,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와 윤리적 고려

Agentic AI의 도입은 분명 유의미한 전환점이지만, 다음과 같은 과제 역시 존재한다.

- 데이터 편향 문제: 부정확하거나 불균형한 탄소 데이터가 AI 판단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음

- 책임의 소재 불명확성: AI의 결정으로 인한 정책실패나 윤리문제 발생 시 책임주체가 불분명

- 설계 투명성 부족: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블랙박스’로 남을 가능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Agentic AI 디자인’ 원칙이 필요하며, 인간의 통제권을 유지한 ‘협업형 구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 걷는 탄소중립의 길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명제다. 인간이 만든 문제를 인간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Agentic AI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지능적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로 향하게 하는 엔진이다.“

저탄소 사회로 가는 길에서 Agentic AI는 목표와 실행 사이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