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클(주) 권기백 대표 [사진=테라클(주) 제공]
<뉴스투데이>에서 지난 2021년 3회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테라클(주)의 권기백 대표를 만나 친환경 제품, 수상의 배경과 성과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권기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테라클의 연혁과 기술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아직 3년이 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고, 지금 17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은 해중합 기술을 사용해서 폐플라스틱을 원재료로 되돌리고, 그 원재료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중합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드리면, PET(폴리에스테르)를 위주로 재활용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PET는 패키지 류가 대부분이지만 사실 제가 입고 있는 옷도 PET 100%고요, PET를 길게 실처럼 뽑으면 섬유가 됩니다. 그럼 이 친구도 만들어질 때는 원료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빵으로 비유하자면, 빵은 밀가루랑 물로 만드는데, PET는 TPA라는 백색 분말이고 에틸렌글리콜이라는 투명 액체로 합쳐서 만들어요. 그걸 중합이라고 표현을 하고, 이것을 해체하는 게 해중합이에요. 누가 우리한테 빵을 주면서 ‘이걸 다시 밀가루랑 물로 되돌려 봐’ 라고 하면 불가능하잖아요. 이걸 잘게 부술 수는 있지만.
그래서 이 빵을 잘게 부수고 다시 뭉쳐서 제품을 만드는 게 물리적 재활용이라면, 저희는 빵을 밀가루랑 물로 되돌려서, 즉 PET를 TPA(테레프탈산)과 EG(에틸렌글리콜)로 되돌려서 그것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져 차세대 재활용 기술이라고 표현하며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저희 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들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 모두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Q. 정말 획기적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혹은 이렇게 어려운 기술을 실현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A. 해중합 기술은 그 유래가 30년은 족히 넘었어요. 원래 있던 개념이고 화학 관련 학과에서도 간단하게 배우는 개념이나, 환경적·경제적 이유로 상용화에 아무도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던 기술이었죠. 그래서 제가 획기적인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원천 기술도 다른 분이 개발했었고, 물론 저희 연구팀이 상용화에 도전하면서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단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었고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찾았고 함께 할 팀을 꾸려 ‘테라클’이라는 이름으로 도전하는 것 뿐입니다.
저는 이 사업을 하기 전 광고 회사를 다녔어요. 그 때 특정 음료의 용기를 재활용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있었는데, 그 음료의 용기는 실질적으로는 재활용한 적이 없었어요. PET도 아니었고 재활용이 안 되는 품목이었는데 이걸 소비자들에게 ‘잘 씻어서 버리면 재활용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였어요. 실제 광고가 나가게 되면 보여주기식 광고다 그린워싱이다 많은 비판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광고가 상도 받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는 ESG라는 단어도 없었고, 유명 연예인과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하는 말이니 다들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내가 한 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카이스트 오픈벤처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교수님 자문을 받으면서 정부출연기관과 대학의 기술들을 찾아다녔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해중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한 정부출연기관에서 기술이전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걸 스케일 업 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이제 사업화하는 단계에 있게 되었습니다.
Q. 2021년 창업투자경진대회 수상 배경에 대해
A. 수상은 사실 저희가 우수상이 아니라 은상을 받았었는데, 우수상으로 오보가 난 거 같더라고요. 은상은 5000만 원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대회 당시에 저희가 사업자등록증도 없었고 저만 유일하게 예비 창업자였어요. 그래서 아마 응원해주시는 의미로 상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요. 보통은 이런 대회는 예비창업자 부문과 기 창업자가 나뉘어서 진행하는데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기회를 주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Q.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상황이 좀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으신지
A. 네 저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있고 공장도 새로운 증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사를 보고 어떤 지자체에서라도 불러주시면 달려가고 싶네요. 저희는 입주조건이 까다로워 부산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거든요. 어쨌든 현재 고객들의 수요를 맞춰야 해서 빠르게 커야만 하는 상황이라 그것 외에는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Q. 환경에 대한 기여도가 굉장히 있는 것 같습니다.
A. 화학적 재활용에는 이슈가 하나 있어요. ‘재활용을 할 때 더 환경 오염이 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인데, 저희는 그 모든 공정이 100도 이하에서 운전이 되거든요. 화학 용매나 촉매 같은 것들은 재사용을 하고 있고, 공정에서 사용되는 물까지 최대한 재사용하죠. 저희도 이런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환경적으로 오히려 오염되는 결과를 낳았을 거예요. 이제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 계획인데 저희가 예상하는 환경적, 산업적인 파급력은 굉장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탄소배출량은 물론이고요.
Q. 녹색 기술 인증도 받으셨네요.
A. 환경부에서 나오는 인증인데요, 이 인증은 사실 저희는 일반 소비자한테 판매를 하지 않다보니 큰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저희가 인증을 받은 건, 이게 친환경적인 공정이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인증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해당 인증을 받는 데는 환경부의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폐기물이 95% 전환이 돼야 되는데, 그러니까 100kg 쓰레기를 넣으면 95kg 이상이 재활용이 돼야 하는데, 저희가 97%가 나왔어요. 그리고 평가를 서면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님께서 회사로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거든요. 저희가 낮은 온도로 운전을 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것을 보여 드렸죠. 플라스틱 화학 분해에 의한 모노머 제조 기술항목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저희가 최초로 인증을 받았고 지금도 유일합니다.
Q. 테라클 원료의 가격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A. 저희는 직접 재생 PET를 만드는 게 아니라 PET를 활용하는 고객들에게 PET의 원료만 판매하는데요, 저희가 석유화학 제품보다는 훨씬 비쌉니다. 핵심은 지금처럼 적은 양을 생산하는데도 해외 유사한 제품들의 반값이라는 점, 앞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계속해서 가격이 낮아질 예정입니다. 또한 기업에서 수요로 하는 특정,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들을 재활용한다는 점은 단순히 저희가 판매하는 재생 테레프탈산과, 재생 에틸렌글리콜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 고객의 ESG, 폐기물 처리비용 감소, closed loop, 탄소감축과 같은 다양한 이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 입장에서도 조금 비싸더라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고품질의 소재와 대규모 양산라인에 적용이 가능해서 찾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주요 고객사는? 대기업들만 가능한 것인지
A. 산업 구조적으로 워낙 큰 설비와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저희 소재는 대기업, 중견기업 말고는 쓰지 않습니다. 워낙 대형 산업이라 저희가 생산하는 몇 백 톤 단위의 제품들은 고객사에서 하루면 전부 소진하는 아주 작은 양입니다. 때문에 수요를 맞추기 위해 빠르게 증설하고 있습니다.
Q. 공장 이전 계획이 있으신지
A. 당초 계획은 부산 강서구에 더 큰 공장을 증설을 계획하고 있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입주가 가능한 부지와 물건이 없는 상태에요. 이번에 저희 업종코드가 환경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폐기물 처리업이 아니라 다른 코드를 받았음에도 산단이나 지자체에서 그냥 유선으로 거부하시니 다음 단계로 진행이 안 되어 지금은 지역 구분 없이 전국의 매물을 다 보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사를 보시는 각 지자체의 기업 유치과 분들이 계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Q. 부산에 공장이 생긴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A. 저희는 기본적으로 자동화 공정이고 앞으로도 공정 부분마다 연구할 것들이 많아, 단순 노동 인력도 채용하지만 연구 인력이 많이 필요해요. 저도 그렇고 테라클에는 부산 소재 대학 출신들이 많은데 부산에는 화학이나 친환경 관련 기업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부산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많이 가는데, 부산에 화학과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관련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면 부산에 있는 청년 구직자들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물론 테라클이 양질의 일자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학을 하시는 분들께 재활용은 다른 핫한 기술 분야보다 못해 보일 수 있지만, 저희 기술과 사업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고 테라클이 해중합으로 TPA를 생산하는 기술은 세계적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실험 중인 테라클 연구원.[사진=테라클(주) 제공]
Q. 부산항 해양 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한국해양공단 부산지사와 업무 협약을 했다는데
A. 저희 고객사 중에 한 곳이 해양공단을 소개를 해 주셨어요. 해양공단은 고유 업무 중 하나로 해양 폐기물을 수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수거를 해도 태우는 방법 외에 특별한 재활용 방법이 없어요. 공단 분들도 굉장히 많이 방법을 찾아다니셨는데, 염분과 이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바닷물을 세척해도 물리적 재활용으로 활용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우선 저희가 수급한 폐기물은 폐그물이나 폐로프 해양 폐플라스틱 등이 있었는데, 저희 기술로 세척 없이 염분과 이물질에 제거가 가능해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저희가 전국에 있는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하며 한국해양공단 부산지사와도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해양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A. 테라클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편리한 물질이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플라스틱 생산량이 줄어든 적이 없어요, 모든 국가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금은 대체하기가 힘들어요. 단순히 편리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생이나 의료, 패션, 자동차, 전자제품 거의 모든 업계가 다양한 종류의 형태의 플라스틱을 필요로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테라클의 목표는 그 플라스틱을 환경오염 없이 무한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기술이겠죠. 친환경이나 ‘좋은 일‘ 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기술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들과 산업계가 함께 자원순환 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자기의 능력을 충분히 성장시키며, 누구나 성과를 내고 충분한 보상을 얻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꿈의 직장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에게 꿈의 직장은 그런 곳이고. 워라밸이나 꿀보직이 아니라 각자의 한계에 도전하고 계속 성장하고, 성공을 통해 인류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출처 뉴스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