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의 한 실험실. 작은 초파리 수천 마리가 유리병 속을 날아다녔다. 그 실험의 주인공은 유전학자 토머스 헌트 모건. 그는 당시 과학계의 통념에 맞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유전 정보는 염색체를 통해 전달된다.”

그는 반복되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 가설을 증명했고, 결국 염색체가 유전의 본질임을 밝혀냈다. 모건은 말했다. “과학이란,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과학적 사고방식은, 오늘날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사고방식과 닮아 있다.

창업가들은 현실의 문제를 관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아이디어)을 세운다. 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시장에 통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PoC(Proof of Concept, 개념검증)나 MVP(최소 기능 제품)를 만든다. 이들은 결국 '사회 문제를 실험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다만, 실험실 대신 시장에서 실험을 수행하고, 데이터 대신 사용자 반응을 관찰할 뿐이다.

하지만 실험에는 반드시 자원이 필요하다. 모건도 수년간의 실험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록펠러 재단의 연구비 지원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지속하려면, 누군가의 투자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시대를 살아간다. AI, 바이오, 로봇 기술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오고, 기술을 이해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불편해지는 세상. 이러한 시대에 창업가들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 구조의 결함을 기술로 풀어내려는 개척자이며, 실험하는 혁신가다.

그렇기에 우리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이 초파리 실험으로 유전학의 문을 열었듯, 한 명의 창업가는 작은 PoC 하나로 새로운 산업의 문을 열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실험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 기회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실험할 수 있는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 실험에 우리가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그 실험이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