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최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가 나스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주가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80%, 2024년 382% 오른 주가는 금년에도 2월 17일 현재까지 1달 반 만에 50% 이상 상승했다. 나스닥은 금년에 3.7% 올랐다. 2023년 초 20조 원이던 시가총액은 무려 20배 가까이 늘며 392조 원을 기록하여 334조 원의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국가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의사결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수익모델이 거의 없는 생성형 AI 분야의 바람직한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미국 국방부, CIA, FBI 등을 대상으로 국가 안보 차원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그 후 영국 비밀정보국 등 서방국가의 국가기관이나 민간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고객을 늘려 나갔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매우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데다, 고도의 기술력까지 겸비해야 하기에 진입장벽이 아주 높아 경쟁사가 들어오기 쉽지 않다.

2011년에는 데이터 분석 기술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렇게 대 테러 작전 지원을 위한 데이터 분석 SW로 시작해서, 2020년 상장 당시까지 주로 CIA, FBI 등 정부의 기밀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로 매출을 키웠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도 팔란티어의 군사 전략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이후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일반 기업에 적합한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개발하여 민간 기업 고객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오자 기존 비즈니스 플랫폼에 AI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일반 기업 고객이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민간 부문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팔란티어의 주가 랠리는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상장 이후 18번의 분기가 지나는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곤 언제나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얼마 전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52%나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5%나 된다. 실적 발표 후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회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성장 모멘텀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며,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펼쳐질 혁명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향후 전망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팔란티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적 호조와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부정적이다. 최근 팔란티어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쓴 22명의 애널리스트 중 '매수' 의견은 단 4명뿐이다. 13명은 '보유' 의견이고 '매도' 의견도 5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회사 미래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너무나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변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10배를 넘는다. 과거 12개월 기준으로는 무려 600배가 훌쩍 넘는다. 이러한 가치평가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준으로, 전 세계 최고의 빅테크기업들의 평균 PER이 30~40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7~8배 이상 높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팔란티어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좋아진다 해도, 지금의 주가는 높아도 너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인투자자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변동성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40%로 추정되는 테슬라를 제외한 빅테크기업들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통상 20%를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 최고의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댄 아이브스는 "팔란티어는 AI 혁명의 선두주자로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줬다"고 평가하며, "비관론자들은 전통적인 재무 분석 틀에 갇혀 팔란티어의 기술 혁신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생성형 AI가 필수적으로 접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플랫폼인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팔란티어가 AI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 전망하면서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팔란티어는 2003년 스탠포드 대학 출신 변호사인 피터 틸이 설립했다. 틸은 일론 머스크 등과 공동 창업했던 핀테크 회사 페이팔을 매각한 후 대학 동창인 알렉스 카프를 영입하여 보안 관련 빅데이터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발생한 9.11 테러로 국가 안보와 보안 이슈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면서, 보안을 비즈니스모델로 내세운 팔란티어는 FBI를 비롯한 정부 관련 기관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덕분에 회사 시작과 동시에 CIA로부터 프로젝트 수주와 CIA 산하 In-QTel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는 행운을 맞기도 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팔란티어는 FBI, 국방부 등에서도 투자를 유치했으며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그 후 성장을 거듭하다 2020년 시가총액 193억 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회사가 상승기에 접어든 작년 11월 말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저자이기도 한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 일원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을 공동으로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 한 초기 멤버들이 부와 인맥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활성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이들이 형성한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일컫는 신조어로 2007년 포춘지가 처음 사용했다. 마치 마피아처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협력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페이팔은 2002년 15억 달러의 가치로 이베이에 매각되었으며, 창업자들은 거금을 쥔 부자가 되었다. 이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대저택과 슈퍼카, 명품 등 사치품을 소비하거나 은퇴해 안락한 여생을 누리는 대신, 다시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투자자의 길을 선택했다. 또다시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높은 가치 혁신을 추구한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테슬라, 스페이스X, 유튜브, 옐프, 링크드인, 팔란티어, 슬라이드, 어펌 등 엄청난 회사들을 만들었고, 페이스북, 오픈AI, 우버 등을 발굴해서 투자했다. 또한 테크놀로지 시대의 사생활 보호, 실리콘밸리의 차별 철폐는 물론 표현의 자유, 금융 규제, 소득 불균형, 암호화폐의 유용성 등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온 다양한 사회·문화·정치적 논쟁도 주도했다. 전화 한 통으로도 서로에게 조언과 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이들의 관계는 지금의 실리콘밸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페이팔 마피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지미 소니의 '부의 설계자들(원제 The Founders)'이란 책에 소개됐다. 지금은 엑스 구글러(Ex-Googler), 페이스북 마피아, 스탠포드 마피아 등 다양한 '테크 마피아'가 등장했다.

혁신 기업가 집단의 페이팔 마피아가 요즘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운 역할로 조명을 받고 있다. 요직에 기용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가상자산 차르(총책임자)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 켄 하워리는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됐다. 틸이 추천한 밴스는 부통령, 짐 오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었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이기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진력과 혁신적인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탄생 20년이 넘은 페이팔 마피아는 실리콘밸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이제 정치의 영역까지 들어갔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재도약과 혁신을 이끌 많은 'K-테크 마피아'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 저자 허락 하에 임윤철 선임기자가 옮겨 씀
* 출처 :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