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방안으로 내놓은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설립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센터를 설립하면서 출연(연)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연구현장의 우려를 듣고 NTC설립을 보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센터는 국가적 임무중심의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였지만 작금의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자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이런 결정은 연구자들과 ‘소통’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21세기형 연구'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입니다. 이 연구'틀'은 연구자들과 정부가 머리를 맛대고 함께 만들어야 할텐데 상호신뢰가 기본입니다. 21세기형 연구 ‘틀’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없애는 것과 융합연구를 못하게 막는 연구장벽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NTC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연구자들을 이동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데 이러한 구조적 접근보다는 오히려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다섯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합당한 제도나 rule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는 방법으로 접근이 필요합니다. 목표의 첫째는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연구환경, 둘째는 연구자들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셋째는 연구자들이 협업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 네째는 연구자들이 글로벌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인재들이 과학기술연구계에 많이 유입이 되도록 환경, 이 다섯가지 목표가 달성되는 21세기형 연구‘틀’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의 모든 제도나 rule을 나열해 놓고 이 다섯가지 목표달성에 합당하지 않으면 철폐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술을 앞에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기술개발 이후 성과를 어떻게 만들지를 꼭 따져보아야 합니다. 성과로 무엇을 만들지 보고나서 연구개발예산을 배분하자는 겁니다. 특허를 출원하고 논문기재만 하면된다는 식의 KPI는 이번에 없애야 합니다. 12대 기술에 대해 연구자가 연구과제를 제안할 때, 적어도 UN의 17개 지속가능한개발목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연구제안서에 담아서 함께 제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강제해야 합니다. 단순 기술개발을 위한 과제제안서 쓰던 이전의 '틀'에서 연구자들도 벗어나야 합니다. 연구책임자들이 기술개발의 성과를 내기 위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그 다음 역할을 하는 주체들과 만나서 필요한 활동도 계획하고 관련 예산도 책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기술사업화가 가능합니다. 성과를 잘 내는 기업에서 R&D부서는 생산부서와 소통을 잘 할 뿐 아니라 필요한 협업을 잘 합니다. 2024년도가 시작되면서 대통령실과 과기부와 과학기술계 사이에 소통과 협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