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바다는 더 이상 고요한 휴식처가 아니다.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오랜 시간 동안 바다를 떠돌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해양 생물의 몸속을 지나 우리 식탁까지 도달한다.

어민들이 버린 폐그물과 도심의 하수구를 타고 내려간 플라스틱 포장재, 공장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펠릿들까지,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위협에 놓이고 있고, 플라스틱 오염은 이제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복합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거와 재활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 폐플라스틱 문제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해양 폐플라스틱은 그 종류부터가 다양하다. 어업 활동에서 버려진 폐어망, 로프, 부표 같은 장비들은 그 자체로 ‘유령어업(ghost fishing)’의 원인이 되며, 그물에 걸린 해양 생물들은 죽음에 이르고 만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병, 비닐, 빨대, 포장지 등도 하수도를 타고 바다로 흘러가며, 제조업체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펠릿이나 분말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도 해양을 오염시킨다. 그 크기와 형태도 천차만별이라 수면 위에 떠 있는 매크로 플라스틱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나노 플라스틱까지 존재한다.

플라스틱의 소재 역시 재활용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폴리에틸렌(PE)은 비닐봉지와 포장재에 주로 쓰이며 부력이 높아 수면 위에 떠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은 어망과 병뚜껑 등에 사용되며 비교적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해양 내에선 염분과 유기물에 오염되어 분리와 재처리가 쉽지 않다. 이외에도 스티로폼 형태로 존재하는 폴리스타이렌(PS), 음료병으로 사용되는 PET, 그리고 나일론이나 폴리아미드 기반의 폐어망도 주요 오염원으로 꼽힌다.

이처럼 다양한 폐플라스틱을 회수하고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다에서의 ‘수거’와 이후의 ‘분류’가 핵심이다. 과거에는 이 과정이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예컨대, 위성 이미지나 드론을 통해 해양 쓰레기의 위치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쓰레기의 유형을 식별하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AI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크기, 밀도, 색상, 형태를 기반으로 특정 유형의 폐플라스틱을 실시간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자율 운항 수거선이나 스마트 부표 시스템에도 적용되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

수거 이후의 분류 과정에서는 근적외선(NIR) 분광기를 통해 플라스틱의 종류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AI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염도나 물기, 조류 등이 함께 얽힌 상태에서도 AI는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은 정밀도로 분리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에는 이미지 센서, 밀도 측정, 스펙트럼 분석 데이터를 융합한 멀티모달 AI 분류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회수된 해양 플라스틱은 기계적 또는 화학적 방식으로 재활용된다.

기계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분쇄한 뒤 다시 녹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해양 폐어망을 재활용해 만든 기능성 섬유 제품, 스포츠화, 가방 등이 있다. Adidas는 ‘Parley for the Oceans’ 캠페인을 통해 해양 플라스틱을 활용한 운동화를 출시하였고, Aquafil은 ECONYL®이라는 브랜드로 고급 나일론 재생소재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AI는 이 과정에서 각 배치의 품질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재생 원료의 내구성·색상·유해물질 잔존 여부 등을 예측하여 품질 제어에 기여한다.

한편,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 용매처리 등을 통해 플라스틱을 원래의 단량체나 연료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혼합 플라스틱이나 오염된 플라스틱도 처리할 수 있어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까지는 에너지 소비가 높고 경제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AI가 이 과정에도 개입하여, 열분해 반응의 최적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고 부산물의 성분을 예측함으로써 반응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IBM의 GreenAlchemy 프로젝트는 AI가 열분해 반응 경로를 설계하여 플라스틱의 연료화 효율을 끌어올리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플라스틱의 회수와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미재활용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AI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을 통해 생산부터 소비, 수거, 재활용까지의 전 주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비자 행동까지 예측하는 시스템은 앞으로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다.

AI는 또한 시민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쓰레기 사진을 찍으면 해당 폐기물의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앱, 재활용률과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 분석하는 기업용 ESG 플랫폼, 폐플라스틱의 이력을 추적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AI와 함께 플라스틱이 없는 바다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해양 생태계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플라스틱 이동 경로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며, 생분해성 소재를 AI로 설계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제도적 과제는 많지만, 이제 우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사람의 의지를 합쳐 ‘푸른 바다’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무분별하게 버려졌던 플라스틱을 다시 자원으로 순환시키고, 기술을 통해 생태계의 균형을 되살리며, AI를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바다가 다시 푸르게 숨쉴 수 있도록, Green 지구를 위한 이 기술적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