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는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비용이 언제부터 폭증하느냐”입니다. 기대수명 83.5세 시대, 한 사람이 평생 쓰는 의료비는 2억4,600만 원에 이르렀고, 기대수명이 1년 늘 때 의료비는 50% 넘게 뛰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고령화는 완만하게 진행되는데, 비용은 가속되고 있습니다.

■ ‘오래 살수록 조금 더 쓰는 구조’가 아니라 ‘늦게 몰아서 쓰는 구조’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 1명이 평생 쓰는 총 의료비는 약 2억 4,655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1억9,722만 원, 비급여 본인부담이 약 4,933만 원입니다. 문제는 총액보다 구조입니다. 20년 전에는 의료비 정점이 71세였습니다. 지금은 78세입니다. 비용이 집중되는 시점이 7년 뒤로 밀렸습니다. 그런데 밀린 만큼 분산되지 않고, 더 가파르게 몰렸습니다. 정점 연령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년 전보다 2.6배 늘었습니다. 즉, 한국의 고령화는 ‘조금씩 더 오래 아프는 사회’가 아니라 ‘더 늦게, 더 비싸게 아픈 사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고령 인구가 늘기 전에 이미 재정 압박이 시작됩니다.

■ 기대수명 1년 증가 → 의료비 증가율 20% → 52%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대수명이 1년 늘면 의료비는 약 20% 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1년 증가에 의료비가 51.8% 늘어나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수명이 늘수록 비용 증가폭이 커지는 ‘비선형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의료기술 발달, 고가 치료 확대, 만성질환 장기화, 고령층 집중 진료가 동시에 겹친 결과입니다.
고령층은 더 오래 살지만, 그 시간이 더 건강해진 시간이라기보다는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흡수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 여성이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써… 성별이 문제 아니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약 6년 길고, 평생 의료비도 약 3,200만 원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더 오래 사는 집단일수록 후반부 고비용 구간을 더 오래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여성 의료비가 많다는 말은 ‘여성이 더 낭비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명이 길수록 비용 폭탄 구간을 더 오래 밟는다’는 의미입니다.

■ ‘건강수명’을 늘리지 않으면 ‘재정수명’은 먼저 끝나

보고서는 해법으로 ‘건강수명’ 전환을 제시합니다. 질병 없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복지 구호가 아니라 재정 전략입니다.
의료비는 생애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후반부에 몰립니다.
이 구간을 늦추거나 완화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 국가 재정 투입, 급여 축소 중 하나는 피할 수 없습니다.

■ 지금 필요한 건 ‘고령 대책’이 아니라 ‘고령 이전 대책’

의료비 폭증은 70대 이후에 나타나지만, 원인은 40~60대에 축적됩니다.
생활습관병, 만성질환, 예방 실패, 관리 부재가 30년 뒤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정책 초점은 요양시설 확충이나 병상 확대가 아니라, 고비용 구간 진입을 늦추는 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고위험군 조기개입, 노동시장 내 건강 유지 구조가 실제 재정 방어선입니다.

한국은 지금 ‘오래 사는 사회’에는 진입했지만, ‘늦게 아픈 사회’에는 아직 들어가지 못했습니다.수명은 늘었고, 의료는 고가화됐고, 비용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재정은 반드시 먼저 흔들립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질문은 ‘얼마나 더 살 것인가’가 아니라 ‘비싼 시간이 언제 시작되게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여기에 답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은 버티지 못하고, 그 부담은 결국 개인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JI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