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11월 10일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조 5720억 달러(6666조 원)로 전 세계 1위다. 1993년 창업한 엔비디아는 6년 만인 1999년에 시가총액 6250만 달러로 상장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23년, '꿈의 기업가치'라 불리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8개월 만에 2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다시 4개월 만에 3조 달러도 넘겼다. 2025년 7월에는 4조 달러를 돌파하고 10월에는 5조 달러라는 경이적인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3조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상장회사는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포함 2763개이며, 이들을 모두 합친 시가총액은 3718조 원으로 3조 달러가 안된다. 엔비디아가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 상장기업의 전체 기업가치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지금까지 1조 달러를 넘긴 회사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사우디 아람코, 브로드컴, 메타, TSMC,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 등 전 세계에 단 11개 회사에 불과하다. 5조 달러를 돌파한 회사는 엔비디아가 유일하다. 그러나 AI 버블 논란으로 11월 들어 4조 달러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 상장 이래 현재까지 시가총액은 무려 7315배 상승했다. 25년 전 상장할 때 1억 원을 투자해서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73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는 의미다. 2009년 2월 기준으로 1000배, 2016년 12월 대비 100배, 2023년 1월에 투자했더라도 10배의 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어느 때보다 '텐배거(Ten Bagger)'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텐배거는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투자 원금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을 의미한다. 야구 용어인 '루타(Base Hit)'에서 파생되었으며, 투자 수익률(ROI) 기준 1루타는 100%, 2루타 200%, 3루타 300%, 10루타는 1000%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급등하는 투기성 종목보다는, 저평가된 상태에서 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성장주를 장기 보유하여 얻는다. 즉, 텐배거는 투자자의 혜안과 인내를 통해 이루어지는 '꿈의 수익률'을 상징하는 말이다.

'멀티 텐배거(Multi-Ten Bagger)'는 투자 원금 대비 10배를 넘어 수십 배, 심지어 100배 이상 상승한 주식을 일컫는 말로, 100배 오른 주식은 종종 '헌드레드배거(Hundred-bagger)'라고 불리기도 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애플, 아마존, 몬스터 베버리지(Monster Beverage), 테슬라, 월마트, 버크셔 해서웨이 등이다.

주식 시장의 역사적 흐름을 볼 때, 텐배거는 기술 혁신과 거대한 금융 환경 변화가 만나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3번 정도 텐배거가 탄생하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시기에 인터넷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통신, 인터넷 기업들이 텐배거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시스코, 퀄컴 등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금리 장기화와 스마트폰 혁명의 가속화로, 모바일 플랫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기업들이 텐배거가 됐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애플, 테슬라 등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초저금리 환경 및 강력한 유동성 공급으로, AI 관련 기업들이 단기간에 텐배거를 기록했다. 현재 진행 중인 'AI 붐 강세장'에서 1000% 이상 상승한 '10배 수익률 종목'은 엔비디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버티브 홀딩스, 로켓랩, 로빈후드 마켓츠, 카바나, 스트래티지, 앱러빈, 서밋 테라퓨틱스, FTAI 에비에이션 등이다.

팔란티어는 AI와 데이터 분석 열풍을 타고 지난 3년간 2500%라는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등은 팔란티어의 AI 기반 데이터 분석 수요 급증과 정부 및 일반 기업 계약 확대에서 비롯되었다. 버티브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특히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냉각 및 전력 관리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1900% 급등했다. 상업용 우주 기업 로켓랩은 여러 차례의 성공적인 발사와 우주 탐사 및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570% 상승했다.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는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비트스탬프 인수 같은 공격적인 사업 움직임 덕분에 146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카바나 역시 중고차 전자상거래 호황에 힘입어 1500% 이상 오르며 시장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성과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1200% 이상 급등했다. 10월 말 기준 64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 회사는 상장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 관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AI 광고 기업인 앱러빈은 3000% 이상, 항암제 개발 회사인 서밋 테라퓨틱스는 1800% 가까이, 항공기 엔진 및 부품 제조업체 FTAI 에비에이션은 1100% 올랐다.

이러한 고성장 종목들은 미래 성장이 확실시되는 메가트렌드를 선도하며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있으며,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경쟁사를 압도하거나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여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텐배거는 특정 경제 환경이나 기술 혁신의 사이클 속에서 대량으로 출현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혁신 환경이 조성되거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술 혁명의 변곡점에서 많이 나왔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고 시장에 돈이 넘쳐나는 유동성 잔치가 벌어질 때 나타났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접어들거나, 특정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후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때 나오기도 했다.

많은 투자자가 '인생 역전'을 꿈꾸며 텐배거를 찾는다. 1000% 이상의 수익률은 적은 돈으로도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거기에 미디어나 주변에서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성공한 텐배거 사례가 끊임없이 회자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분명 현실에서 존재하지만, 이를 찾아내고 끝까지 보유하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운과 통찰력, 그리고 엄청난 인내심이 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텐배거를 달성하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다행히 운이 좋아 주가가 2배, 3배만 올라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충분히 '큰 수익'이라 생각하며 매도하게 된다. 10배 수익을 끝까지 향유하지 못한다. 특히 투자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손정의의 비전펀드는 2017년 초까지 엔비디아 지분 4.9%를 보유했으나, 미래 전망이 어둡다며 2019년에 40억 달러에 모두 매각했다.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2240억 달러에 달한다. 무려 2200억 달러의 기회비용을 날렸다. 320조 원이나 된다.

텐배거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잠재력은 높으나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형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경쟁 심화로 인해 사업에 실패하고 상장 폐지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예상대로 잘 성장하더라도 중간중간 여러 번의 극심한 변동성을 겪는다. 투자자들은 이 시기에 수익을 실현하거나, 손실을 우려하여 팔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텐배거는 단기간 급등주보다는 저평가된 성장주를 장기 보유하다가, 여러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됐을 때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통 5년, 1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식은 장기적으로도 10배 상승에 도달하지 못하며, 오히려 상장 폐지되거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처음부터 텐배거를 찾겠다는 것보다는 견고한 기업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종목을 발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결과 운이 좋으면 텐배거 혹은 멀티 텐배거가 될 수 있다.

텐배거는 10배 성장 가능 기업을 발굴하는 통찰력, 10배 실현까지 보유하는 인내심과 더불어 어마어마한 행운이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 결국 환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