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이 ‘음료값+컵값’으로 쪼개져 찍히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12월 17일 세종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테이크아웃 때는 컵 가격을 음료 가격과 분리해 별도로 계산하는 ‘컵 따로 계산제(가칭)’ 추진 방침을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도를 통해 “컵 가격을 내재화하고 다회용컵 인센티브와 연계해 플라스틱을 원천 감량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정부 구상은 간단하다. 개인 텀블러가 없으면 일회용 컵을 ‘유상 판매’로 전환하고, 영수증에 컵값을 분리 표시하게 한다. 컵값은 점주가 자율로 정하되,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최저선’을 정부가 제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장에서 거론되는 가격대는 100~200원 수준이다. 플라스틱·종이 빨대는 매장 상시 비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요청 시 제공하는 방향을 함께 검토 중이다.
이번 방안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사실상 대안 성격이 짙다.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으면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구조로 2022년 12월부터 세종·제주에서 시범 시행돼 왔다. 정부는 보증금제를 전국 의무 확대하기보다, 원할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하다. ‘무상 제공 금지’가 실제 감량으로 이어지려면 텀블러 사용이 늘어야 하는데, 소비자 체감은 결국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중앙일보는 전문가 인용을 통해 “컵 가격과 음료 원가를 어떻게 구분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커피 가격만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기후부는 텀블러 이용자에게 탄소중립포인트(건당 300원) 같은 인센티브를 결합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포인트 공식 안내에도 ‘텀블러·다회용컵 이용’은 1회당 300원 인센티브가 명시돼 있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참여 매장 확대, 정산 시스템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돈을 더 받는다’는 방식만 앞세우지 않는 데 있다. 첫째, 컵값 최저선과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해 업주가 소비자 불만을 떠안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컵값이 사실상 수익으로 흘러가거나 음료 가격에 재흡수되는 ‘꼼수 인상’을 막을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회수·재활용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일회용 사용량이 줄지 않는 한 폐기물 감량 효과도 제한된다. 기후부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체계 편입을 함께 언급한 만큼, 규제와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기후부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공개한 뒤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책이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부담은 공정하게 나누고 성과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설계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