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지난주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코드 레드(비상 경영)'를 선언하고 회사 역량을 ChatGPT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경쟁사의 약진으로 AI 선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픈AI가 추진하던 다른 사업들은 연기될 전망이다. 쇼핑과 건강 등을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광고 사업, 맞춤형 리포트를 생성하는 '펄스(Pulse)'가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 30일, 큰 기대 없이 조용히 세상에 나온 ChatGPT는 예상을 깨고 불과 3년 만에 글로벌 AI 기술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으며, 오픈AI는 인공지능 혁명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사이 5000억 달러(약 73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인류에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 개발'이라는 비영리적 이상과 '비즈니스 경쟁에서 승리하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야 한다는' 영리적 목표 사이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다. 오픈AI를 둘러싼 이중적 서사는 단순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넘어, 인류가 초지능(ASI)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거대한 재정적, 경쟁적, 윤리적 줄타기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 오픈AI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위협은 지속 가능성 문제, 그중에서도 LLM(대규모 언어 모델) 운영에 수반되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이다. ChatGPT와 같은 서비스를 전 세계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운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LM 학습 및 운영 비용 때문에 여전히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고비용 성장의 덫에 갇혀 있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오픈AI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 확보에 근본적인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적 질식(financial asphyxiation)'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오픈AI는 혁신적이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금융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트너 회사들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하여 대규모 자금을 값싸게 조달하는 것이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특수 목적 회사(SPV)를 설립하여 금융권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했다. 이를 통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거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 오픈AI는 재무적 위험을 파트너사나 금융권에 이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라클은 오픈AI와 5년에 걸쳐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데이터센터와 칩 설비에 투자했다. 인프라가 완성되면 오픈AI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게 되지만, 실제로 투자된 돈은 거의 없고 사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이러한 구조는 설사 비즈니스가 실패해도 오픈AI에는 재무적 부담이 없다. 자금 조달의 주체와 담보 제공이 파트너사에게 집중되어 있어, 오픈AI는 사실상 재무적 위험을 파트너사나 금융권에 전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샘 알트먼은 이를 두고 "매우 흥미로운 새로운 종류의 금융 상품을 설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자금 조달 구조는 파트너사들이 오픈AI의 성공을 확신한다는 방증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금융 시장에 거대한 위험을 전가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한때는 압도적이었던 오픈AI의 기술적 리더십이 경쟁사들의 맹추격으로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도 오픈AI를 위험에 빠트리는 커다란 요인이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메타의 라마(Llama)나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등은 복잡한 코딩, 수학, 추론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GPT-4의 성능을 뛰어넘었다. 또한 구글은 TPU와 같은 자체 개발 AI 칩을 사용하고, 메타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시장 영향력에서 오픈AI에 비해 차별화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윈드서프(Windsweep) 인수 무산은 오픈AI의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개발자 생태계 강화를 위해 AI 코딩 에이전트인 윈드서프를 M&A 하려고 했으나,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존재였다. MS는 오픈AI 투자 조건으로 주요 기술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윈드서프 측이 기술 권리가 MS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에 반발하여 협상을 파기한 것이다. 이 틈을 노려 구글이 윈드서프 CEO와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고 기술 라이선스까지 확보하면서, 오픈AI는 성장 기회와 인재를 동시에 놓쳐버렸다.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픈AI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그록(Grok)과 자율주행 로보택시(Robotax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결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오픈AI는 아이폰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와 협력해 AI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가 공개되지 않아 해당 분야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기술적, 재무적 문제 외에도 오픈AI의 내부 거버넌스의 구조적 취약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샘 알트만 해임 및 복귀 사태는 비영리 단체로 시작한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비영리 이사회와 영리 자회사)와 영리화를 둘러싼 내부의 근본적인 철학적 충돌이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노출시켰다. 리더십의 불안정은 핵심 인재의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일리아 수츠케버를 포함한 다수의 창업 멤버와 최고의 인재들이 퇴사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했다. 이는 초고속 성장 속에서 조직 안정성과 연구개발 역량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오픈AI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히 강력하며, 이는 위기론을 상쇄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ChatGPT의 대중적 성공은 오픈AI에게 압도적인 '선점 효과(First Mover Advantage)'를 제공했다. 오픈AI가 전 세계 사용자로부터 얻는 방대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와 실제 사용 데이터는 경쟁사보다 빠르고 현실 세계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오픈AI는 개발자 및 기업 사용자를 위한 AP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는 AI 시대를 위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오픈AI의 API 위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후발 주자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형성했다. 유료 구독 모델과 기업 대상 API 서비스를 통한 매출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견고한 수요를 입증한다. 이러한 혁신 능력과 성장 잠재력 덕분에 오픈AI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가장 투자하고 싶은 AI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초대형 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월가의 'AI 버블' 논쟁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스타트업들이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매하면서, 투자와 매출이 서로를 키우는 '순환 거래(circular deals)' 구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픈AI는 폭발적인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초기 선두 주자의 부담, 경쟁 격화, 내부 거버넌스, 그리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본질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오픈AI의 미래는 막대한 비용 지출을 상쇄할 수익 모델 혁신과 후발 주자를 압도할 다음 세대 기술 혁신, 그리고 비영리적 이상과 영리적 목표 사이의 갈등 해소라는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달려있다. 이 복합적인 위기론과 낙관론의 교차는 앞으로 몇 년 동안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화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