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회사를 방문했을 때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지나며 유리 파티션 너머를 보니, 책상마다 앉아 있는 이들은 모두 젊은 여성들이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몇 걸음 더 가자 또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 순간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다. “남성들은 어디로 갔지?”

사실, 이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회사, 몇몇 산업군에서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언론 기사 중에는 ‘젊은 여성의 고용률이 젊은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제기된 통계도 있었다. 예컨대,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5세에서 34세 여성의 고용률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상승한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배치의 차이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성별 지형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변화한 노동환경, 여성에게 유리해진 일의 구조

우리가 알고 있는 일터의 모습은 오랜 기간 제조업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즉, 체력·현장·장시간·조직형 위주의 노동구조였다. 이 구조에서는 남성이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특히 최근 5년 동안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첫째, 사무·기획·서비스·콘텐츠 등 정서적 섬세함, 커뮤니케이션 능력, 디지털 활용 능력이 중요한 분야의 노동시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확성과 세밀한 관리 역량이 요구되는 업무의 비중이 증가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AI·로봇 자동화가 힘쓰는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듯 하다.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피지컬 AI의 등장, 남성 노동의 마지막 보루까지 흔들다

남성이 고용에서 우위를 가져온 마지막 폐쇄적 영역이 있었다. 바로 힘과 현장 중심의 노동이다. 그러나 최근 ‘피지컬 AI’라 불리는 로보틱스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그 영역마저 빠르게 사라질 것이 우려된다. 물류센터의 상하역, 건설현장의 작업, 공장의 반복 작업 등은 이미 로봇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큰 문제는 교육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모두가 ‘과목 유지’라는 기존 구조를 지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듯 보인다. 지금처럼 문제 풀이 중심, 지식 암기 중심, 교사·교수의 기득권 중심의 구조라면 미래 노동시장에 적응할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

앞으로 AI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비판적 사고로 새로운 문제 를 찾고 이를 정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둘째, 도구(AI)를 기반으로 한 고효율 작업 수행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는 사람과의 관계·신뢰·공감 기반의 협력 능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 세 가지를 얼마나 다루고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 프레임 자체의 대전환이다.

하버드의 교육미래학자 ‘토니 바스(Tony Baes)’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일자리는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유리한 것은 ‘변화에 일찍 적응한 사람들’이다.” “교육의 목적은 과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직업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젊은 여성만 보였던 그 사무실 풍경은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성별의 문제로 프레임을 좁히지 말아야겠다. 더 크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과 역량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이미 현장의 일 성격이 바뀌는데 교육현장은 이 속도에 따라오나? 이것이 걱정이다. 교육이 따라와야 미래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