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당정 합의안의 하한선은 산업계 요구안(48%) 대비 5%포인트 오르고, 상한선은 정부안(60%)보다도 1%포인트 높은 탓이다. 자동차업계 등은 환경단체 입김에 떠밀려 내놓은 실현 불가능한 안이 산업과 고용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10일 “당정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까지 상향한 것은 아직 산업부문의 감축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정 단계에서 결정된 것이지만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의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 입장을 고려한 감축 수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DC에 따라 내연기관차 대신 무공해차(전기차·수소전기차) 공급을 늘려야 하는 수송 부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책정한 2035년 무공해차보급 목표는 누적 952만 대(2018년 대비 온실가스 53% 감축 기준)인데, 목표를 61%로 높이면 무공해차 보급 목표 대수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 자동차 파워타입별 신규등록 대수를 보면 전기차(14만6734대)와 수소전기차(3787대) 비중은 전체(163만5520대)의 9.2%에 그쳤다. 자동차업계에서 지금의 NDC안을 지키려면 사실상 10년 뒤에는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면 중단돼야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만큼 무공해차로의 급격한 전환은 관련 일자리에도 충격파를 줄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계는 중소·중견업체가 대부분인 데다 전동화 전환을 위한 준비도 미미한 상태여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4년 자동차 부품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종사자 규모가 300인 이상인 부품업체는 75개 사로 0.3%에 그쳤다. 2만1443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전환 준비 및 계획 여부’를 물은 결과 97.9%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수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규제를 강화할 경우 산업과 고용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국내 자동차 시장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에 잠식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상의와 한국철강협회·한국화학산업협회·대한석유협회 등 8개 업종별 협회도 공동 건의문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감축목표의 부문별, 업종별 감축량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