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쉬버스터즈 대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사람이 머물렀다 떠난 자리마다 쓰레기가 쌓인다. 최근 100만 인파가 몰린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는 1년 중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날로 꼽힌다. 일회용기 대체 서비스 제공 기업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는 공연기획자로 일하며 쓰레기가 쌓이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 그는 “배달 음식을 두세 개씩만 시켜도 인당 일회용품이 최소 5~6개가 생긴다”며 “불꽃축제 인파가 100만 명이라면 쓰레기는 최소 500만 개”라고 설명했다.

매출 매년 200% 성장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를 대여·회수·세척해 다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설거지나 분리수거 부담을 덜 수 있다. 창업 후 6년간 서비스한 일회용 컵만 약 1억 개. 지금은 하루 평균 13만~16만 개를 세척하고 있고 매년 200%씩 매출이 성장해 올해 100억 원을 바라본다. 곽 대표는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비용을 고려해도 일회용품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트래쉬버스터즈에서 컵 1000개를 빌리면 인당 300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인당 1500원을 내면 컵·볼·접시·숟가락·포크를 전부 빌릴 수 있다.

공연기획자로 일하다가 현장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를 보고 다회용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당시 어떤 기회를 본 건가.

“비즈니스를 먼저 떠올렸다기보다 내가 속한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기획자로서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여 중인 축제에 다회용기를 먼저 도입했다. 해보니 환경 문제를 줄이면서 비즈니스로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트래쉬버스터즈 이후 후발 주자가 많이 생겼다. 이곳만의 차별점이 있나.

“세척 기술이다. 많은 사람이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진입 장벽이 낮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창업해보면 세척이 어렵고 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든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환경적 가치만 보고 다회용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회용품보다 비싸면 다회용기를 사용할 유인이 떨어진다. 원가가 낮아야 가치가 따라오는 게 시장 논리다. 우리는 일회용품 제조 원가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세척 공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젠 일회용품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회용품보다 싼 다회용기가 어떻게 가능한가.

“핵심은 자동화다. 일회용품을 제작할 때도 기계와 인력이 들어간다. 다회용기도 똑같다. 처음 창업자들끼리 설거지를 할 때 2000개 씻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자동화 전 세척 공장에 인력이150명가량 있었지만, 현재는 하루에 16만 개까지 설거지하는 세척 라인에 3명만 들어가 있다. 이렇게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이 최소화되고 세척 물량이 늘어날 때 일회용품 제조 원가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세척 서비스 해외 수출 추진

다회용기엔 위생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5단계 세척 공정을 거치는데 다 자동화돼 있다. 1단계는 컵을 크기와 종류별로 분류하고, 묵은때를 한 번 애벌하는 작업을 거친다. 2단계는 헹굼이다. 고압으로 세척한 뒤 고온수와 정제수로 헹군다. 컵을 위아래로 회전하며 고압 노즐 5개로 오염물을 정밀 타격한다. 3단계로 물기를 없앤다. 고온으로 건조해 짧은 시간 안에 물기와 잔여 세제를 제거한다. 4단계에서는 냄새를 없애는 장치를 통과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검수기를 통과해 불량과 양품을 구분하고, 양품만 진공 포장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공정을 구축하는 데 4년간 50억 원을 썼다.”

일반 기업 구내식당에도 세척 시스템이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그 장비가 쓸 만했으면 50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 장비들은 헹굼 위주라고 볼 수 있다. 장비가 있어도 구내식당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고 미세한 오염을 세척하기도 어렵다.”

현재 매출 대부분이 어디서 나오고,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의 평가는 어떤가.

“B2B(기업 간 거래) 거래가 중심이다. 큰 고객사로는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국민은행 등이 있다. 대기업도 쓸 만큼 일회용품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고, 다회용기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한 번 썼던 고객사들은 꾸준히 재계약하고 있다. 특히 축제장에서 피드백이 좋다. 이렇게 깨끗한 축제는 처음 본다는 칭찬도 자주 듣는다. 다회용기를 쓰지 않는 축제에선 왜 다회용기를 안 쓰느냐는 질문도 받곤 한다. 어디를 갈 때마다 칭찬받는 기업은 드물다. 우리는 행사할 때마다 칭찬을 받는 쪽이다.”

창업 후 6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성장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나.

“시스템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민간 회사가 다회용기 세척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물려 이제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모든 축제는 다회용기 사용이 의무화됐다. 또 세척 서비스를 해외에도 수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국내보다 큰 기업이 많고, 특히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문화도 잘 갖춰져 있다. 앞으로 K-세척으로 진화하고 싶다.”

출처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