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가인이 ‘내돈내산’으로 본인 유튜브 계정에 소개한 슬리핑보틀(유튜브 계정 캡처)

배우 한가인이 “내 돈 주고 산 꿀잠 아이템”으로 꼽아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수면음료 ‘슬리핑보틀’이 최근 국내외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 K수면음료가 아시아인의 밤을 사로잡는 새로운 성공 모델을 쓸 수 있을까.

‘한가인 효과’가 쏘아 올린 성공 신호탄

슬리핑보틀 제품 이미지(머스카 제공)

머스카의 급성장은 배우 한가인의 영향이 컸다. 한씨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슬리핑보틀을 ‘내돈내산’ 제품으로 소개한 영상이 공개된 후 온라인 주문이 폭주하며 매출이 급증하고 한동안 품절 사태를 빚었다. 당시 해외 수출 물량 확보에 집중하던 머스카는 예상치 못한 국내 수요 폭증에 재고가 순식간에 동났다.

이런 성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20년간 식음료(F&B)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김은경 머스카 대표가 본인의 불면증을 해결하고자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든 결과물이다. 그는 2년여의 연구 끝에 감태, 타트체리 등 천연 성분을 최적 비율로 배합한 특허 원료 ‘SB 농축액’을 개발했다. 수면 유도 성분인 멜라토닌 없이 천연 원료만으로 제품을 구현해 부작용 우려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한가인 배우의 영상은 나도 유튜브 추천 영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았고, 흔쾌히 협업 제안을 수락해줬다”고 밝혔다. 머스카는 이 인연을 발판 삼아 지난 5월 판교 더현대백화점에서 한씨와 함께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 접점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

수면에 오히려 도움을 주도록 설계된 커피 ‘슬리프레소’(머스카 제공)

글로벌 시장서 먼저 인정

북미 시장에 이미 진출, 현지 매장 내 비치된 슬리핑보틀(머스카 제공)

사실 슬리핑보틀은 ‘한가인 효과’ 이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먼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제품 출시 초기부터 국내와 미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 특히 멜라토닌 성분 보조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있던 미국 시장에서 ‘멜라토닌 프리’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별다른 광고 없이 아마존, 월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1년여 만에 25만병 이상을 판매하며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얻었다. 2025년 4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0만병을 돌파했으며, 현재 미국 현지 대형마트와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도 앞두고 있다.

수면 넘어 ‘멘털 웰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머스카의 목표는 단순한 수면 음료 제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수면 문제를 넘어 현대인의 ‘회복’과 ‘멘털 웰니스’를 위한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꾼다.

그 첫걸음으로 카페인을 99.9% 제거한 디카페인 콜드브루에 슬리핑보틀의 핵심 원료를 더한 수면 커피 ‘슬리프레소’를 출시했다. 카페인 걱정 없이 늦은 밤에도 커피의 풍미를 즐기며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발상이 돋보인다.

또한, 기내 반입이 가능한 100ml 용량으로 제품을 설계해 여행객을 공략하고 있다. 인천공항 올리브영과 주요 면세점에 입점했으며, 미국 공항 편의점 허드슨, 그랜드 하얏트 서울 등 호텔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에는 세브란스병원 고급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고객케어 솔루션의 일환으로 슬리핑보틀이 포함되며 의료계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

머스카는 오는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스위치(SWITCH) 2025’에 대한민국 푸드테크 대표 기업 자격으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가 2만5000여명이 모이는 이 행사에 국내 수면 음료 브랜드가 초청받은 것은 머스카가 유일하다. 머스카는 이번 참가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현지 유통 파트너십과 추가 투자 유치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밋빛 전망 속 넘어야 할 과제는

물론 머스카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과 현지 브랜드가 선점한 수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 진출 국가별로 상이한 식품 규제와 통관 절차의 벽을 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각국의 식문화와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 역시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김은경 대표는 “북미와 호주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진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26년부터는 일본,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K-수면음료가 수면 건강 문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슬리핑보틀의 도전은 국내 수면 산업이 침구나 정보통신(IT) 기기를 넘어 ‘식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까다로운 해외 시장의 규제와 경쟁을 넘어, K수면음료가 아시아인의 밤을 사로잡는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처 매경이코노미